2014년 9월 22일 월요일

18시간 일·일·일… "저는 마을버스 기사입니다"

[운수회사 중 30%가 적자, 시내버스 대비 열악한 근무환경·낮은 급여 등 사고 키워]

"20분만에 점심을 먹어야 해요. 정말 원 없이 잠 한번 실컷 자보는 게 소원입니다." 

# 지난 17일 오후 서울 길음동에서는 60대 마을버스 운전기사가 중앙선을 넘어 승용차 넉 대와 부딪쳐 사고가 났다. 앞서 1주일 전인 10일 서울 강서구에서는 마을버스가 운전 미숙으로 전신주를 들이 받았다. 지난달 21일 서울 금천구에서는 마을버스 기사가 약국으로 돌진해 5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시민의 발'인 마을버스가 불안하다. 21일 서울시의 마을버스 사고 통계에 따르면, 마을버스 사고는 건수는 지난 2012년 202건에서 지난해 252건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인명피해 역시 1명 사망, 253명 부상에서 7명 사망, 305명 부상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6월까지 103건의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118명이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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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전 부산시 사하구 장림동 모 아파트 앞에서 마을버스가 아파트 1층 필로티 기둥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3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아파트 주민 50여명도 충격에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사진=뉴스1

이처럼 마을버스 사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게 마을버스 운전기사들의 지적이다.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18시간 2교대 근무가 원칙이지만 운전기사가 부족하다보니 18시간 내내 핸들을 잡기도 한다는 것. 

실제로 지난 19일 기자가 동승한 마을버스 기사 A씨의 휴식시간은 1시간에 5분, 점심시간은 20분이 채 안됐다. 반면, 버스가 다니는 경로는 경사지거나 좁은 도로가 많고, 보행자는 시시각각 튀어나와 운전 집중도가 유독 높았다. 

A씨는 “시간에 쫓기고 과로하게 만드는 근무환경이 사고와 직결된다는게 대다수 기사들의 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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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기사와 나이든 기사가 다수라는 점도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운전경력이 짧거나 고령운전자의 경우 사고확률이 높아지기 쉽다는 것. 

마을버스 기사 B씨는 “젊은 기사들에게 마을버스는 경력을 쌓아 시내버스로 가는 관문”이라고 토로했다. 70대의 마을버스기사 C씨는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기사도 많다”며 “업체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령자를 기사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마을버스 회사 131개 업체 중 30%인 40여개사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재정이 열악하니 인력을 줄이거나 인건비가 낮은 초보·고령 기사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 때문에 차량 정비가 부실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민 입장에선 똑같은 대중교통 수단이지만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대비 시의 재정지원이 열악한 상황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지난 2004년 준공영제를 시작해 서울시에서 연간 2000억원이상을 들여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는 반면 마을버스는 민간 운영으로 시에서 약 100억원을 지원하는데 그친다. 이 때문에 일은 시내버스 기사와 똑같이 하거나 더 하지만 급여도 시내버스기사의 절반 수준인 189만원이다. 

김경우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애초부터 마을버스 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운행을 시작한터라 서울시가 지원할 의무는 없으나 근본적으로 대중교통이기 때문에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상한선을 정해 보조하고 운영 정상화를 위해 제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혁렬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공영성이 강한 버스노선은 지원을 늘리고 운영이 잘되는 곳은 민영화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마을버스까지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은 버겁다는 입장이다. 실제 마을버스가 운행되는 자치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 시 관계자는 “마을버스까지 시가 맡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구청에서 담당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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