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4일 수요일

미군 아프간 침공 14년 만에…탈레반이 돌아왔다

올봄 북부로 집결 점령지 확대
최근 쿤두즈 6개군 중 4개군 장악
국방장관 인준때 의사당 공격
IS 세확장 따른 위기감도 작용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대공세에 나섰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권력을 잃은 탈레반이 아프간 북부의 일부 지역까지 장악하면서 다시 미국과 아프간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

■ 대공세 

탈레반은 지난 주말 아프간 북부의 주요 도시인 쿤두즈 인근의 차르다라와 다슈티아르치 등 2개 군을 점령했다. 탈레반이 쿤두즈에서 불과 6㎞ 떨어진 곳까지 진격하면서 탈레반이 쿤두즈를 장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22일 전했다. 탈레반이 쿤두즈를 점령하게 되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주요 도시를 손에 넣게 된다.


탈레반의 주요 활동 무대는 파키스탄과 접경인 아프간 동부와 남부지역이었다. 하지만 올 봄부터 병력을 북부에 집결시켜 점령지를 넓히고 있다. 인구 30만명의 쿤두즈를 점령하게 되면 타지키스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밀수·무역로를 장악하게 된다. 탈레반은 지난 4월에도 쿤두즈 외곽까지 접근했으나 아프간 군에 밀려 퇴각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공세를 펼쳐 이미 쿤두즈주의 6개 군 가운데 4개 군을 장악한 상태다.

탈레반은 22일 수도 카불의 의사당을 공격하기도 했다. 의회가 국방장관 지명자의 임명 동의를 논의중일 때 탈레반 대원 7명이 자살 차량 폭탄을 떠뜨린 뒤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려다 사살됐다. 탈레반이 수도 한복판에서도 대담한 공격을 벌일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 “IS는 얼씬도 말라”

탈레반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간에서도 세를 확장하고 있는 데 따른 위기감도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슬람국가는 지난 1월 ‘호라산 지역’을 관할하는 위원회를 창설했다고 밝혔는데, 호라산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지역을 포괄한다. 

탈레반에서도 이슬람국가에 충성하는 이탈자가 생겼다. 아프간의 한 정보 관리는 “탈레반의 고위 사령관인 압둘 라우프 하딘이 이슬람국가로 이탈하면서 탈레반 내부에 균열이 생겼다”고 미 <엔비시>(NBC) 방송에 말했다.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 주에서는 최근 탈레반과 이슬람국가 추종 세력 사이의 충돌로 150여명이 사망했다고 지역 관리들이 밝혔다.

양쪽이 유혈충돌을 빚자 탈레반의 2인자인 아흐타르 무하마드 만수르는 지난 16일 이슬람국가의 최고지도자 아부바크르 바그다디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슬람국가는) 아프간에서 얼씬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서한에서 “(미국 등) 외국 침략자에 대한 투쟁은 오직 탈레반의 지도 아래 이뤄진다”며 “(이슬람국가가) 이에 간섭해 분열을 조장하면 조직 간의 피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이번 공개서한은 아프간 무장세력들 사이에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더욱이 서한은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무하마드 오마르가 발표한 것이 아니라 2인자의 명의로 나와 오히려 탈레반 내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 내분, 그러나…

아프간 동부 쿠나르주의 한 탈레반 사령관은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 부지휘관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의 정신적 지도자 물라 오마르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한탄했다. 오마르는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남부 칸다하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자취를 감춘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아프간 정보당국 등은 탈레반이 탈레반의 대의명분에 충실한 그룹과 이슬람국가에 충성하는 그룹, 총을 내려놓고 정부와 협상을 하자는 그룹 등 세 부류로 나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이 평화협상과 점령지 확장이라는 두 갈래 전술을 구사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즈먼도 탈레반의 내분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는 “누가 지도할 것인가를 두고 내부에서 분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활동양상과 세력권 등을 놓고 보자면 탈레반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최근에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애초 미국은 아프간 주둔 미군 9800명을 올 연말까지 5500명으로 줄이고 내년 말에는 완전 철수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탈레반의 공세와 아프간 정부의 요청에 따라 9800명을 연말까지 잔류시키기로 지난 3월 결정했다. 내년 말 미군 완전 철수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공화당은 아프간이 ‘제2의 이라크’가 될 수 있다면서 미군 완전 철수에 반대하고 있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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