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일 화요일

한집 건너 서윤이…서준이…돈 주고 지은 이름 왜 똑같지?

작명소, 유행 따라 부모 취향 맞춰



작명. 박미향 기자
10월 출산 예정인 직장인 이아무개(33)씨는 아이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벌써부터 고민이 많다. 작명소에서 지었다는 주변 아이들의 이름을 보면 서준, 서현, 서윤, 서우 등으로 ‘서’자 돌림이 많다. 중국 출장이 잦은 이씨의 남편 최아무개(34)씨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중국인 친구가 ‘한국 아기들은 서울에서 태어나면 ‘서’자를 많이 쓰느냐’고 묻더라. 우리 아기 이름에는 ‘서’자를 넣지 않겠다”고 했다.

이름도 유행을 탄다. 그래서 특정 세대별로 그 안에서는 비슷한 이름이 많다. 50·60대 남성 이름에는 ‘환·덕·창’이 유난히 많이 쓰였다. 1980년대 초반에 아이(현재 30대)를 낳은 부모들은 ‘은·준·현·영’을 선호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순한글 이름이 인기를 끌었다.

요즘 부모들은 ‘서·후·예·기·하’처럼 받침이 없거나 ‘윤·율’ 등 발음이 무겁지 않은 글자를 많이 고른다고 한다. 지난 4월 한달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출생신고 이름 톱10’을 보면, 남녀를 합쳐 지우(366건), 서준(346건), 민준(344건), 서윤(323건), 도윤(280건), 서진(277건), 서연(273건), 하윤(269건), 하준(261건), 주원(257건) 순서였다.

보통 작명소는 아기 사주에 부족한 ‘오행’을 채워줄 수 있는 한자를 골라 3~5개의 이름을 지어준다고 한다. 이 중 부모가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고르는데, 10만~20만원 정도의 작명비를 낸다.

작명소까지 가서 ‘특별한’ 이름을 짓는데 왜 같거나 비슷한 이름이 많을까. 결국은 부모들이 좋아할 만한 이름을 지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10년 경력의 한 철학원 대표는 1일 “다들 흔하지 않은 이름을 원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지으려 한다. 하지만 부모들이 고르는 것은 결국 유행하는 이름이다. 아기 사주에 맞는 한자 중에 부모들이 좋아할 발음의 한자를 골라 만든 이름을 포함해야 재작명 요구가 없다”고 했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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