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4일 금요일

해외건설 수주 700억弗 시대 ‘외화내빈’

질적 성장 뒷걸음… 글로벌 경쟁력 하락
국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해외 건설 수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자칫 이런 행보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고부가가치의 원천기술이 없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과 정부지원 등의 시너지 효과로 2007년 398억달러에서 2010년 716억달러, 2011년 591억달러, 2012년 649억달러 등 성장세를 이어왔다. 

정부도 올해 해외건설 수주 7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적극적인 정책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외건설 수주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허울뿐인 양적 성장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2012년 주요 건설사의 공시 내용을 보면 수주와 매출은 전년에 비해 10∼30% 가까이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이 GS건설 1.7%, 대우건설 4.5%, 대림산업 4.8%, 현대건설 5.7%로 매우 낮았다. 해외에서 공사를 수행해도 금융비용 등을 지급하고 나면 거의 수익이 없다는 뜻이다. 해외공사의 외화가득률도 70년대 초 50%에서 현재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외 건설에서의 적자 확대와 낮은 마진율은 기초 설계 등 고부가가치 기술역량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1개 나라를 대상으로 한 2013년 글로벌 건설 경쟁력 평가결과에서 7위에 올랐다. 미국과 중국이 1, 2위를 차지했고, 독일, 프랑스 등 유럽도 강세다.

특히 한국은 설계경쟁력 지수 하락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설계의 경우 한국은 성장률이 2012년(10위) 전년 대비 67.1%에서 2013년(16위) 30.9%로 반 토막 났다. 건설 인프라 경쟁력도 1위에서 10위로 곤두박질쳤다. 

설계는 건설에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국내에 건설된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인천공항과 인천대교 기본 설계조차 각각 미국과 영국 회사에서 수행한 ‘설계 후진국’이다. 건설의 원천 기술이 없는 것과 같은 꼴이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공사 영역 확대도 시급해 보인다. 2012년 미국의 건설전문지 ENR에서 발표한 해외 건설시장의 상품별 비중은 플랜트 42.3%, 토목 33.4%, 건축 22.7%였지만 우리 기업은 플랜트부문의 매출이 해외 매출 중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상황을 방치할 경우 건설사의 연쇄 부실도 우려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건설투자와 수주 하락,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건설업체 경영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건설사들의 회사채 만기도래가 집중(6조7000억원)됨에 따라 유동성 부족까지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 보고한 ‘해외건설 추진계획’에서 수익성 높은 투자개발형 사업진출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인프라펀드(GIF)에 정책금융기관을 참여시키는 등의 해외건설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해외건설 기업의 사업 리스크관리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지역별 진출전략 및 해외진출 리스크 정보도 제공한다.
<기사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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