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3일 수요일

출근하면 매일 게임만하는 건설업체 직원

서울 A건설기업에 다니는 송씨(31)는 매일 아침 8시30분 사무실이 아닌 텅 빈 회의실로 출근한다. 그곳에서 노트북을 켜 게임을 하고 낮잠도 잔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덧 시간은 오후 5시.

그는 자신이 출근한 회의실에서 '칼퇴근'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하루일과지만 송씨의 고민은 하루하루 커져간다. 3년 전 입사와 동시에 해외건설교육훈련차 해외사업장으로 발령난 그는 2년 만에 본사로 돌아왔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업무를 맡지 못해서다.

보통 해외사업장에서 훈련을 받고 돌아온 이들은 국내외 또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해 현장관리 업무를 맡는데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수주가 크게 감소해 사업장이 줄어들면서 대기인력이 증가한 것이다.

송씨 역시 갈 곳 없는 대기인력인 것. 그렇다고 A건설기업의 경영상태가 나쁜 편도 아니다. 해당 건설기업은 국내 건설업계의 공사수행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시공능력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수주경쟁력이 뛰어난 곳이다.

그래도 위축된 국내 수주 상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가 건설기업들의 경영실적을 조사한 결과 국내 건설 수주는 2011년(110조7010억원) 이후 매년 감소세다. 2012년에는 101조5061억원, 지난해에는 91조3069억원에 그쳤다.

한국건설경영협회가 조사한 대형건설사들의 상반기 경영실적을 살펴봐도 올 상반기 대형사들의 국내 수주는 23조361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1조9992억원보다 6.2%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상반기 수주금액이 전년 대비 35.0%나 줄어든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크게 줄어들면서 토목이 전년 대비 35.3% 축소됐고 민자 SOC(사회간접자본)와 자체사업도 각각 15.2%, 13.1% 등 감소세를 이어갔다.

A건설기업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이 딱딱 맞아떨어질 수 없는 만큼 한동안 대기인력이 있을 수는 있다"며 "최근 해외수주에서 성과를 보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해 대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이런 현상이 불안하기만 하다. 이 업체 한 직원은 "구조조정이 된다면 책상 뺄 일도 없이 쉽게 옷 벗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여기 있는 대부분 사람이 정년을 35~40세 사이로 볼 정도"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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