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1일 수요일

요지경 세상 뭄바이

어제가 현지 공휴일이라 복잡하다고 어디 움직이지 말라고 하길래 숙소에서 책을 보다 드라마를 보다가 졸다가 지나갔다.

요리사가 매 30일 마다 하루는 쉬어야 하는데 쉬지도 못한다며 아침만 준비해주고 나간단다.
그러라고 하고 점심은 굶고 책을 보다고 드라마를 보다가 잠깐 졸다보니 벌써 저녁 8시가 되어간다.

저녁이라도 먹을까해서 외출을 해야 하나 하고 아래층에 내려갔더니 요리사가 와 있다. "저녁 먹을 수 있을까?" 했더니 차려준다.

이틀 연휴를 숙소에서 뒹굴다가 아쉬움 속에 보낸다.

점심 때가 되어 지난 주말에 수리를 맡겨둔 우산을 찾으로 나갔다.
20루피를 달라고 한다. 지금까지 수리를 맡긴 중에 가장 비싼 금액이었다.
20루피를 지불하고 바로 회사 캔틴으로 향했다.
점심이 와 있었다.

티핀을 여니 한개가 텅 비어 있었다.
다른 통을 보니 인도에서는 보기 드문 돼지고기가 대충 요리되어 있었다.
아마도 한국인들이 고기를 좋아하니 반찬 하나는 빼도 된다고 잔머리를 굴린 것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집에 다 와가는데 교통이 막힌다.
경찰이 통제를 하는데 우회하라고 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시끌 벅적하게 인도 전통의 행사같은 것을 하는데, 차를 따라서 사람들이 줄지어 가는데 바닷가로 가고 있다.

비가 오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여기 저기서 사람과 차들이 몰려들었다.
한바퀴를 돌다가 다른 길도 막혀서 다시 돌려서 섹터 7로 방향을 틀었다.
섹터 7에서 내려서 골목으로 죽 내려가면 숙소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내리는 김형은 우산도 없는데 여기다 내린다고 입에 불만이 가득하다.
그나마 낮에 찾아둔 우산을 펼치며 함께 가자고 달래본다.
여긴 더 먼데 왜 이곳에서 내리냐는 둥 입에 불만이 여전하다.

막상 결정할 일이 있으면 입도 뻥긋 못하면서 다른 사람이 결정하면 기분 좋게 순종하는 성격이 아닌가보다.

숙소에 오니 뭔가 다른 것이 느껴졌지만, 잘 파악이 되지는 않았다.
일단 도시락 가방과 컴퓨터 가방을 가져다두고 병원을 다니러 나왔다.
지난 주에 오늘 저녁에 방문하라는 의사의 말에 충실히 이행을 한다.
잠깐 가는 길임에도 북적북적 거리는 것이 현지인들에게는 중요한 날이긴 한가보다.

클리닉에 들리니 누군가가 상담중이다.
잠시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며 부웅 거리는 핸드폰을 보니 이메일이 와 있다.
잠깐 이메일을 보면서 기다리자 내 차례가 되었다.

60대 정도되어 보이는 할머니 여의사다.
내게 휴일을 어떻게 지냈는지 묻는다.
교통이 혼잡하다고 해서 그냥 숙소에서 있었다고 했다.
혈압을 측정하니 140에 90이 나온다.
약을 먹었는지 물어온다.

잠깐 생각을 해보니 아침 후 분명히 아로나민 씨플러스와 함께 약을 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손등이 어제 오후인지 아침인지 혈관이 유난히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아마도 혈압이 조금 높게 나올것 같았는데 역시나 조금 높다고 한다.

함께 먹었던 아로나민 때문일까?
아니면 요즘 배가 자주 고팠는데, 그나마 인도에서 먹을만한 간식을 찾은 것이 바로 스니커즈였다. 혹시 스니커즈 때문일까?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병원 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생각이 멈추었다.
혹시 아침마다 찾는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에서 뛴 것이 문제일까?
다시 여의사를 찾았다.
다음 여성 환자가 상담중이었지만, 잠깐 실례를 하고 말을 했다.
혹시 런닝머신에서 시속 9키로미터 정도 속도로 약 20분간 2.5 내지 3키로미터 정도를 뛰는데 혹시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요? 라며 물었더니 언제부터 뛰었냐고 물어온다.

아마도 5일정도 되었다고 했더니 속도를 줄이고 거리도 줄이라고 한다.
내일 아침부터는 좀 걷기 위주로 운동을 해야 할까보다.
숙소로 돌아오자 요리사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화를 걸었더니 경리과장이 나가라고 지시했다고 전화를 해보라고 한다.
요리사 담당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역시 경리과장이 나가라고 지시했다고 전화를 해보라고 한다.

담당 경리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른다면서 전화를 받더니 확인해 보고 연락을 준다고 하는데 연락이 없다.

지사 총괄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30분쯤 후에 지사 담당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 지내냐면서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본다.
전후 사정을 설명했더니 오늘은 자기가 어떻게 할 수가 없고
내일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저녁을 어찌해야 하나 하며 장롱을 뒤져보니 햇반이 나온다.
하나를 꺼내 가지고 식당으로 내려왔다.
민폐형 인간 박형이 찌개같은 것을 끓이고 있다. 
두개의 가스 스토브 중에 다른 한쪽에는 가지 나물 같은게 올려져 있다.
다 된 나물을 치우고 어렵사릴 가스에 불을 붙이고 물을 데웠다.

한참을 데워도 다 된건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별 수 없이 열어서 먹으려고 보니 거의 생쌀을 씹는 것 같다.
얼마전 한국에서 보내준 새우젓을 냉동실에서 꺼내서 한 숟가락 퍼서 밥에 비벼 먹듯 아니 간신히 발라서 먹을 수 있었다.

다른 한국인 직원들은 그 사이에 벌써 술 마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술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술과 담배에 쩔어사는 한국인들..... 이곳 인도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 중 하나이다.

이곳 인도에 와서 그나마 가장 맘에 드는 것은 회사와 현장에 담배피는 인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 밖에서는 피우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회사에서나 현장에서 담배피는 직원들이 없다는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술을 마시는 문화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아서 그것도 맘에 드는 것 중에 하나이다.
간신히 겨우 허기를 면하고 방으로 올라왔더니 차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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