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9일 수요일

[위험에 노출된 ‘마스터 키’ 주민번호]주민번호, 이름·휴대폰 정보 함께 유출 땐 2차·3차 피해 무방비



ㆍ(1) ‘유출’ 부작용 얼마나

충남 공주 출신인 김모씨(55) 여동생 2명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7개가 모두 같다. 김씨의 장모 박모씨(81)와 처제 최모씨(53)도 주민번호 뒷자리 7개가 똑같다. 김씨 형과 동생 등 4남매도 뒷자리 중 2~5번째가 모두 같다.

서울 하계동에 사는 여대생 박모씨(21)는 최근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주민번호 뒷자리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세 살 어린 여동생과 주민번호 뒷자리가 똑같은데, 이미 동생이 회원으로 가입한 것이었다. 박씨는 결국 해당 사이트에 본인 인증을 위한 팩스까지 보낸 뒤에야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 정부 ‘비공개 정보’라지만 성별·출생지 식별은 ‘상식’

“13자리 모두 중복은 없다” 정부는 심각성 인식 부족


주민번호 뒷자리는 어떻게 똑같을 수 있는 걸까. 주민번호를 구성하는 규칙을 보면 앞자리 6개는 생년월일을 의미한다. 뒷자리 7개는 순서대로 성별(1자리)-해당 지역의 고유번호(4자리)-해당 지역에서 그날 출생신고를 한 순서(1자리)-앞 12자리 숫자를 특정한 수식으로 계산했을 때 나오는 숫자(1자리)로 구성돼 있다.

지역 고유번호의 경우 서울은 0, 지역 중에서도 특정한 구는 0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주민번호의 숫자와 지역의 관계는 추측만 할 뿐이다. 주민번호를 부여하고 관리하는 안전행정부는 개인정보 노출 등을 우려해 주민번호의 구성 원리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안행부 관계자는 “주민번호 자체가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구성 원리를 알면 개인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코멘트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상식’으로 여기는 주민번호 뒷자리의 첫 번째 자리가 1은 남자, 2는 여자를 뜻한다는 것도 원래는 공개해서는 안되는 정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에는 마지막 자리 숫자를 산출해내는 추측성 수식까지 떠돌고 있다.

위의 조합대로라면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주민번호 뒷자리가 같아질 수 있다. 생년월일과 사는 곳이 모두 같은 동성의 사람이라면 출생신고를 한 순서를 나타내는 12, 13번째를 제외한 11개 숫자가 같다.

하지만 정부는 주민번호 13자리가 똑같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안행부 관계자는 “주민번호는 13자리가 모두 겹치지 않게 고안됐다. 본인 인증 시에는 뒷자리만이 아니라 13자리 전체로 한다”고 말했다.

생년월일·성별·출생지역 등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담은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곳이 점점 증가하면서 유출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번호 자체가 노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정보와 결합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출은 심각한 위험이 된다.

특히 이번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건처럼 주민번호와 이름, 집주소, 휴대폰 번호 등이 함께 유출됐다면 누군가 주민번호를 도용해 내 행세를 할 우려도 있다. 어느 날 생전 처음 보는 인터넷 성인 사이트에서 내게 회비 청구서가 날아오거나, 혼인신고만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이가 내 이름으로 결혼해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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