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4일 화요일

구글 3조원 들여 네스트랩 인수…'만물인터넷' 일보 전진


구글 최고경영자(CEO) 래리페이지/ 블룸버그

“사람들이 칫솔처럼 매일 여러번 사용할 정도로 유용하고 직관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것.”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41)는 2011년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후 회사의 미션을 이렇게 요약했다. 주주와 고객들을 마주한 컨퍼런스에서였다. 구글은 검색 엔진으로 시작해 컸고, 지금은 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회사의 미래는 검색 엔진도, 광고도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 이상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이른바 ‘만물 인터넷’ 구상이다.

최근 구글이 잇따라 성사시킨 기업 인수 행보는 그런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4일 구글이 발표한 네스트랩(Nest Lab) 인수는 그 최신 사례로 해석된다.

구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벤처기업인 네스트랩을 32억달러(약 3조38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구글 인수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가장 큰 거래는 지난 2011년 휴대폰제조업체 모토로라를 125억달러(약 13조5000억원)에 인수한 것이었다.

애플 '아이팟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니 페델(사진)은 애플에서 나와 네스트랩을 창업했다. /블룸버그

구글의 네스트랩 인수가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이 회사의 창업자가 토니 파델(43)이기 때문이다. 그는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와 함께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을 개발했던 주역이다. 네스트랩가 자랑하는 대표 제품은 ‘똑똑한’ 자동온도조절장치 ‘써모스탯(Thermostat)’이다. 써모스탯은 하루 일과에 따라 달리 설정되는 냉난방 온도를 스스로 학습해 이용자에게 맞는 실내온도로 최적화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성도 높다.

네스트랩의 기술은 ‘수많은 사람들이 항상 가지고 있는 문제를 복잡한 기술을 이용해 풀어준다’는 구글의 미션과 일치한다. 사람들은 이제 주거 공간에서조차 별도 조작 없이 주택이 알아서 따뜻해지고 쾌적해지길 바라는 단계에 와있다.

마켓워치는 네스트랩 인수를 구글의 ‘만물인터넷(IoE·Internet of Everything)’에 구상에 한 걸음 더 접근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만물인터넷이란 사물은 물론 사람, 데이터, 프로세스 등 모든 것을 함께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최근 각광받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다. 레이왕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만물인터넷과 함께 디지털 홈 영역으로 확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네스트랩을 비롯한 최근 구글의 기업 인수 행보는 구글의 미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위키피디아에는 ‘구글이 최근에 사들인 것들’을 의미하는 기업 인수 항목이 올라있다. 이 목록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모두 20여곳의 기업을 인수했다. 새해에만 ‘네스트랩’과 알람 앱 개발업체인 ‘비트스핀’ 두 곳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도 18곳을 인수했다.

최근 구글이 인수한 기업 중에 눈에 띄는 분야는 ‘로봇’이다. 구글 내 차세대 로봇연구와 개발을 맡은 ‘구글 로보틱스 그룹’은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벤처기업 ‘샤프트’, 고성능 바퀴를 만드는 ‘홀롬니’, 공상과학(SF) 영화 ‘그래비티’의 특수효과 제작에 사용된 자동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한 ‘봇앤돌리’ 등 로봇 관련 업체 7곳을 인수했다. 그밖에도 스위스의 연락처 앱 개발사 ‘범프’, 동작인식기술 개발사 ‘플루터’ 등을 인수했다.

구글이 지난해와 올해 인수한 기업 목록/ 위키피디아

구글의 ‘만물인터넷’ 야심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디넷에 따르면 구글은 이미 스마트폰과 다양한 앱 등을 통해 사람들의 모바일과 연결된다. 또 비디오 수신기 크롬캐스트 등을 통해 사람들의 주택과도 연결된다. 구글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는 사람들의 자동차에도 들어갈 것이고, 추후 구글은 로봇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 유력시된다. 이런 다양한 기기를 통해 구글이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날 구글의 네스트랩 인수를 분석한 기사에서, “사람들은 이번 인수를 두고 구글이 앞으로는 당신이 집 안에서도 어떤 방에 있는지를 알아내 거기에 맞는 광고를 내보낼 것이라고 상상하기 쉽다” 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구글에 의한 개인정보 무차별 수집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는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구글이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한다는 이유로 수백억원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구글의 개인정보 활용 우려에 대해 네스트랩측은 “우리는 자체 개인정보 활용 기준에 따라 운영할 것이며, (구글과 같은) 제3 업체와의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정보 제공시에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겠다”라고 답했다.
<기사 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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