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일 목요일

‘도로명 주소’ 첫날… 많이 당황하셨어요?



경찰은 출동신고 현장 못찾아 끙끙… 어르신들 새 주소 몰라 민원서류 작성 난감
관공서 안내자료도 부족… 시민들 “적응까지 시간 걸릴 것”

“도로명주소 듣고 출동했다가 사건현장 못 찾아서 다시 지번주소 불러 달라고 했다.”(경찰관 A 씨)

“우리 집은 성수동이고 아차산은 한참 먼데 왜 새 집주소가 아차산로인지 모르겠다. 생뚱맞다.”(주부 김모 씨)

도로명주소 제도가 전면 시행된 새해 첫날, 곳곳에서 혼란스러운 풍경이 벌어졌다. 경찰서와 소방서를 비롯한 관공서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도로명주소에 적응하지 못해 당황하기 일쑤였다. 경찰서 내부 전산망 등은 과거 지번주소를 새 도로명주소로 바꾸는 자동변환시스템을 갖춘 반면 서울시청 등 관공서에서는 여전히 과거 지번주소를 입력해야만 민원서류 발급기가 작동하기도 했다.

○ 경찰도 소방관도 헷갈린다

사건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찰은 그동안 지번주소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난감해했다. 지구대에 근무하는 한 경찰은 “출동 나간 경찰이 상황실 근무자에게 무전으로 ‘지번주소로 다시 알려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중랑경찰서 교통조사계에 근무하는 한 경찰은 “도로명주소로 접수가 들어오면 지번주소를 다시 검색한 뒤 사고지점을 찾아간다”며 “지번주소에는 ‘○○동’의 동 개념이 있어서 대략 위치가 파악됐는데 도로명주소에서는 동이 사라져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소방서의 한 소방관은 “1년간 훈련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많이 불편하진 않다”면서도 “시내의 큰 대로는 도로명주소가 편할 것 같은데, 작은 골목골목으로 들어가면 길이 워낙 많아 도로명주소가 가끔 헷갈린다”고 말했다.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의 주소안내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전화로 주소를 문의하자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 중 편한 방식으로 안내해드리겠다”며 선택한 방식으로 답했다. 반면 02-120번으로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주소를 묻자 서울 광진중학교의 경우 ‘광진구 자양2동 693으로 확인됩니다’라며 과거 지번주소가 날아왔다. 

관공서 민원기기 중에는 새 도로명주소를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서울시청 1층에 마련된 무인민원발급기에는 ‘새 도로명주소 입력 시 민원서류 발급불가’라는 알림문구가 적혀 있어 새 도로명주소로 사용이 불가능했다. 

○ 홍보는 많은데 안내자료는 부족

정부는 도로명주소 시행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1일 서울 지역 경찰서마다 시행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민원서류 등을 작성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주소 안내책자 등은 없었다. 교통사고를 신고할 때 작성하는 교통사고 발생상황 진술서도 여전히 ‘○○시 ○○구 ○○동 ○○번지’ 식의 과거 지번주소로 안내돼 있었다. 경찰서를 찾은 김모 씨(32)는 “우리같이 젊은 사람들이야 인터넷 검색해서 찾으면 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서투르니 난감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경찰이 쓰는 전산망에는 자동으로 지번주소를 도로명주소로 바꿔주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사건기록을 입력할 때 지번주소를 기재하면 도로명주소로 변환되는 식이다. 반면 경찰서나 지구대나 파출소 안에 비치된 관내지도는 모두 과거 방식의 지번주소로 표기돼 있었다. 한 경찰은 “전국 경찰이 사용하는 지도나 주소자료 등을 모두 도로명주소 방식으로 교체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낯설어하는 시민… 적응기간 필요

시민들은 아직 “낯설다”는 반응이어서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주부 김령이 씨(37)는 “1년 동안 집 앞에 도로명주소 안내판이 생겨서 알고는 있다”면서도 “어디 가서 집 주소를 적으라고 한다면 지번주소가 더 익숙해 지번주소를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달동네’에 연탄배달 봉사를 다녀온 대학원생 안진우 씨(31)는 “달동네에도 도로명주소가 적혀 있었는데 좁은 지역에 길이 워낙 많아서 결국 지번주소와 지도로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도로명주소가 사용하기 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양천구청에서 주차관리요원으로 근무하는 이모 씨는 “민원인 입장에서는 불법주차된 차량을 신고할 때 굳이 지번을 알아볼 필요 없이 도로명만 알면 위치를 설명할 수 있어서 익숙해지기만 하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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