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3일 금요일

정말 색으로 몸과 마음을 치료할 수 있을까?… 컬러테라피의 세계


색으로 마음에 안정을 주고 몸의 질병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컬러테라피의 바탕이다. 컬러테라피에 사용되는 도구의 일종. 이끌리는 대로 색을 골라 배열하면 선택한 색의 종류와 순서에 따라 심리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연합뉴스/한국일보 자료사진

색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파악해 심신의 균형을 되찾는 치료 방법

인도 차크라·음양오행 등 뿌리 깊어미신으로 치부되다 현대 의학으로

색깔의 의미와 에너지를 알면 우울하거나 답답할 때 쉽게 효과 

어릴 적 24색 크레파스 통에서 가장 먼저 닳아 없어지던 색깔, 첫 미팅 때 골라서 입고 나갔던 티셔츠의 색깔, 우울할 때 자주 가는 카페의 소파 색깔, 직장 상사가 이 색깔의 넥타이를 멘 날이면 유독 더 미워 보이는 색깔… 혹시 이런 색깔이 내 마음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드러내 보여주는 기호는 아닐까. 그리고 거꾸로 그 색깔이 시들시들해진 마음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비타민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다.

컬러테라피(Color Therapy)란

사람은 오감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이 가운데 80% 이상은 시각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시각 신호 가운데 심리와 가장 깊은 관계를 가진 요소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컬러테라피는 인간이 색을 바라보면서 어떤 반응을 보이거나 선택을 할 때 뇌 속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에 기반을 둔 심리 진단 및 치료의 방법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서양과 이웃 일본에서는 대중적인 상담치료법 또는 대체의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의 색채가 곧 컬러테라피의 수단이 된다. 형형색색의 옷감과 알록달록한 사탕.

일본의 색채심리학자 스에가나 타미오에 따르면 생명력의 기본은 '쾌감원칙'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쾌감을 추구하며 눈도 그 원칙을 따른다. 어떤 색이 시상하부에 전해지면 쾌감의 전달통로인 A10신경을 통과해 뇌의 편도핵에 도달해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의학보다 먼저 이 과정에 주목한 것은 광고 마케팅의 영역일 텐데, 컬러테라피는 그것을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얽힌 상태를 푸는 수단으로 삼는다. 

컬러테라피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태양을 숭배했던 고대 이집트의 사제들은 각 방마다 다른 색의 햇빛이 들어오도록 장치된 신전에서 빛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했다. 중세의 교회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돼 있는데 유리에 사용된 빨강, 자주, 파랑, 노랑은 심리적 효과를 계산해 배치됐다. 동양 의학도 음양오행의 다섯 가지 색깔을 신체와 유기적으로 연관해 생각하는 관점을 지니고 있다. 가축을 특정한 색이 칠해진 공간 속에 길러서 젖이나 원하는 빛깔의 털을 얻었다는 기록도 있다. 약국에서 사먹는 캡슐의 색깔에도 알고 보면 컬러테라피의 원리가 숨어 있다. 

그러나 컬러테라피의 과학적 근거에 의심을 갖는 사람도 많다. 빛의 물리학적 원리와 현대 뇌과학의 접합점이 아직 명료하지 않기 때문이다. 컬러테라피의 방법이 밀교(密敎)적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색이 고유한 진동과 주파수를 갖고 있고 그것이 감정뿐 아니라 생체리듬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으로 안다. 컬러테라피는 눈으로 받아들인 광선이 광수용체라고 불리는 세포부터 시상하부까지 전달되면서 내분비 계통을 자극, 혈압 체온 호흡 소화 면역 노화작용 등에 끼치는 영향을 임상적으로 관찰해 얻은 경험적 지식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스트레스나 심리적 고통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대체ㆍ보완의학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다.

컬러테라피의 방법들

컬러테라피는 심신의 균형을 되찾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정신, 감정, 신체 각 영역의 어느 부분이 균형이 무너져 있는지를 색을 통해 알아내고 색을 이용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컬러테라피의 진단 방법으로는 컬러미러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된 컬러 오일을 이용한 색채심리 분석 시스템이다. 59가지 색색의 병을 이용해 내면의 의식과 감정 상태를 판별한다. 각 병에는 두 가지 색깔로 층이 나뉜 오일이 담겨 있는데 이 가운데 피험자가 임의로 고른 3~9개의 병을 놓고 심리를 진단하는 것이다. 황색 계열의 1번 병은 태양ㆍ지성ㆍ기쁨, 청색 계열인 2번 병은 달ㆍ평화ㆍ보호, 주홍색 계열인 3번 병은 목성ㆍ사랑ㆍ지혜 등을 상징한다. 이렇게 59번까지 각 색이 지닌 의미와 에너지가 다르다. 병이 매우 작고 예쁘기 때문에 피험자는 그런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고르게 된다. 

인도의 고대사상에서 비롯된 차크라 이론도 컬러테라피의 원리로 이용된다. 차크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바퀴'라는 뜻으로, 물질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인간의 중심부를 의미한다. 인간의 몸에는 약 8만 8,000개의 차크라가 있고 그 중 7개의 중요한 차크라가 척추를 따라 분포하는데 각 차크라는 다른 색깔의 에너지에 반응한다. 예컨대 회음부의 제1 차크라가 활성화되는 데는 붉은 빛이 도움이 된다. 빈혈, 중풍, 무기력증 등의 질병이 여기 관련된다. 정수리에 있는 마지막 제7 차크라는 보라색과 연관이 있다. 차크라 이론에 따르면 신경과 관련된 질환들에 보랏빛이 효과가 있고 영적인 각성에도 도움이 된다.

작은 병은 진단 방법의 일종인 컬러미러에 사용되는 도구다.

이밖에 20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오라소마라는 방법도 있는데 차크라와 마찬가지로 신비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컬러테라피가 아직 현대의학의 주류로부터 배척을 받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과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컬러테라피의 방법도 속속 등장하?있다. 그건 신약 개발처럼 새로운 것의 발명과는 차원이 조금 다르다. 현대과학의 영역이 미신으로 치부되던 빛에 대한 인간의 오래된 관념까지 포함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지고 있다고 보는 게 오히려 옳다. 컬러를 이용해 섭식장애와 비만을 치료하고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것은 이미 현대의학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나만의 셀프 컬러테라피

컬러테라피를 미술치료와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컬러테라피는 그림을 그리거나 전문적인 상담사와 마주앉지 않더라도 옷이나 인테리어, 메이크업 등 일상 생활 속에서 늘 접하는 색채를 통해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컬러테라피가 셀프 테라피, 곧 자기 치유가 무척 쉬운 힐링의 수단이라는 뜻이다. 

생활 속에서 컬러테파리를 활용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알게 모르게 어쩌면 이미 실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감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보색을 이용하면 된다. 각 색이 지닌 성격만 이해하고 있으면 된다. 마음이 산만해지고 답답할 때는 붉은 색을 피하고 푸른 색 계열을 바라본다. 집중력과 명료한 의식을 가져다 주고 생각과 행동을 이성적으로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우울한 기분이 계속될 때는 선명한 빨강이나 주황색 계열을 택해 활력을 유도하거나 자연에서 만나는 초록과 연두로 안정감을 취하면 된다. 스스로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할 때는 자아를 밝혀주는 빛을 의미하는 노랑을, 인내력을 갖고 싶을 때는 포근한 연분홍을 옆에 두면 효과가 있다. 삶이 지루하고 의미 없이 느껴질 때는 보라색 컬러를 몸에 둘러볼 것. 스스로가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자신이나 가족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데도 색이 효과가 있다. 하루 일과를 끝낸 뒤 일기를 쓰듯 그날그날의 하루를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색으로 다이어리의 한 칸을 칠해보면, 스스로의 정서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긍정과 부정, 즐거움과 스트레스가 어떤 색으로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는데 나중에 그와 반대되는 색을 곁에 둠으로써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표현하지 못하는 가족의 기분을 색을 통해 알 수도 있다. 아이가 어떤 색의 옷을 입고 싶어 하는지를 통해 아이의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임신 중에 아름답고 다양한 컬러를 풍부하게 접하는 것도 훌륭한 태교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 <색채심리학>(김선현 지음ㆍ이담 발행) 
<기사 출처 : 인터넷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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