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5만원짜리 갤S4' 더이상 안나온다?

"휴대폰 보조금 시대는 곧 끝날 것이다."

미국 유수 통신회사인 AT&T 랜달 스티븐슨 CEO가 최근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언급한 키워드다. 이제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보다 기존 가입자들의 서비스 충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해야한다는 경영전략을 소개하면서 꺼낸 말이다.

AT&T가 단말기를 직접 구매한 고객이나 약정이 끝난 고객이 기존 휴대폰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15달러를 할인해주는 '모바일 쉐어 밸류 플랜' 요금제를 출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앞서 미국 내 4대 통신사인 T모바일 역시 올초 휴대폰 보조금 지원을 폐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휴대전화 보조금 투명성을 골자로 한 단말기유통개선법이 뜨거운 이슈로 대두된 탓일까. 이같은 해외 통신업계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와 미국은 보조금 지급 상황이 다르다. 무분별한 보조금 정책으로 '5만원짜리 갤럭시S4' 사태와 같이 동일 단말기지만 시기와 장소에 따라 200~300% 넘게 가격차가 발생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경우, 동일 단말기에 대해 판매장소별 가격 차이는 불과 11%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통신사들이 왜 이같은 고민을 하는 것일까. 이는 '공존'을 위해서다.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맞물려 통신사들이 쏟아 붓는 보조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국면에 육박한 지금. 가입자들을 뺏고 지키기 위한 보조금 싸움 대신 서비스, 요금 차별화 경쟁으로 경쟁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휴대폰 보급률이 100%를 초과한 지 한참이다. 이제서야 국내 통신업계가 동일한 이유로 '보조금 경쟁 종식'을 외치고 있지만 '쩐의 전쟁'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보조금 폐혜로 속병 드는 것은 통신사만 아니다. 전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요금을 낮추고 서비스 혜택을 늘리는데 쓰여야 할 비용이 엉뚱하게 철새족, 폰테크족들의 '폰갈이' 비용으로 투입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약정 기간이 끝난 뒤 이통사를 갈아타지 않으면 바보 소리를 듣는 게 현실이다. 경쟁사보다 가입자를 더 많이 확보해야하는 통신사들과 휴대폰 교체 주기가 빠를수록 이득이 많아지는 단말기 제조사들의 묘한 커넥터가 만들어낸 이상한 시장 구조인 셈이다.

현재 통신업계의 뜨거운 화두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이처럼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이다. 수십년간 이어져왔던 시장 유통구조를 한순간에 바꾸긴 쉽지 않다.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의 반발과 저항은 당연히 따를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이 법안을 둘러싼 정부부처간 이견은 좁혀졌다고 한다. 이제 '제조사 자료제출' 조항을 두고 정부와 제조사간 협의가 막판 쟁점으로 남아있다. 자료 제출범위와 방법 등은 충분히 양보하고 조율할 수 있는 사안이다.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해 기업과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는 시장모델이 창출되길 기대해본다.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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