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9일 목요일

‘바바리맨’, 경범죄? 공연음란죄? 아니면 성범죄?

처벌 들쭉날쭉…경찰도 헷갈려


“성폭력으로 처벌” 주장도 나와 





길을 가다 마주친 ‘바바리맨’을 신고하면 어떤 죄로 처벌할까? 답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지난 8월 길거리에서 음란 행위를 해 경찰 수사를 받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은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현행법에서 성기 노출 및 자위행위 같은 성적 행동은 경범죄의 과다노출이나 형법의 공연음란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범죄가 적용되면 즉결심판으로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공연음란죄는 그보다 형량(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훨씬 높다. 

대법원은 경범죄의 과다노출을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로 해석한다. 반면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경우’는 형법의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선 이를 확연히 구분짓기가 어려워 경찰도 헷갈려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9일 “둘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지 않고 별도 지침도 없다. 맥락을 따져 단순 노출은 경범죄, 자위행위 같은 음란 행위가 있으면 공연음란죄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경찰이 과다노출로 즉결심판을 한 사례 가운데 경범죄 적용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자의적 판단이 작용하다보니 유사한 사례에도 적용 죄목과 처벌 내용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경범죄 과다노출 처벌 사례’를 보면, 지난해 6월 대구 달서경찰서는 길거리의 여자들을 쳐다보며 승용차 안에서 자위행위를 한 남성한테 경범죄를 적용해 벌금 10만원을 부과했다. 반면 지난 5월 골목에 세워둔 승용차 창문을 열고 자위행위를 한 남성은 공연음란죄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았다. 

한편에선 ‘바바리맨’의 노출 또는 음란 행위가 대부분 여성을 상대로 하는만큼 경범죄나 형법이 아닌 성폭력특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은경 영산대 교수(경찰행정학)는 “바바리맨의 행동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은 과거와 달리 갈수록 성범죄에 민감해지는 만큼 과다노출을 성범죄로 처벌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좀 더 형량이 무거운 성폭력특례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단순 노출 행위까지 성폭력특례법으로 다루면 과도한 처벌이라는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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