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9일 목요일

"라테 나오셨습니다" 이런 잘못된 존칭 안 써도 화내지 마세요

유통업계, 지나친 존대 안 쓰기 바람

롯데百 '바른 높임말 만화' 사내 공유 / 현대홈쇼핑도 ARS 응대 개선

사물 존대에 익숙한 고객이 화내기도



“주문하신 커피 두 잔 여기 있으십니다,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커피전문점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로 붐볐다. 바쁘게 주문을 받는 점원 박모(23)씨는 ‘나오셨다’며 커피에게 꼬박꼬박 존칭을 붙였다. 백화점, 커피전문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무분별한 존칭이 관행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물건은 ‘나오신다’가 아니라 ‘나온다’고 표현해야 하지만 손님에게 예의 바르게 응대한다며 손님뿐 아니라 물건까지 높여 부르는 것. 박씨는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왔습니다’보다는 ‘나오셨습니다’가 더 친절하게 들린다”며 오히려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존대어법을 탓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무분별한 존칭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올바른 언어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의‘우리말 바로쓰기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우리말 바로쓰기 캠페인은 직원들이 손님을 응대할 때 한번 더 생각하고 바른 존대어를 쓰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8,000원이십니다’ ‘재고가 없으십니다’ ‘포장이세요?’같은 사물존대와 간접존대 등 헷갈리기 쉬운 높임말 사용법을 4컷 만화로 제작해 사내 통신망에서 공유한다. 동사나 형용사에 붙는 선어말어미 ‘-시-’는 사람을 높이거나 상대방의 신체, 심리, 소유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높일 때만 쓰이므로 ‘8,000원입니다’ ‘재고가 없습니다’ ‘포장해 드릴까요?’ 라고 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홈쇼핑도 지난해부터 자동주문전화에 꼭 필요한 안내만 제공하고 과도한 존칭, 불필요한 설명, 서술어 등을 없앤 ‘스피드 ARS’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홈쇼핑은 “서비스 도입 후 주문시간은 50초가량 단축됐고 손님들의 서비스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잘못된 존칭이 유통업계에서 굳어진 이유는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며 서비스 경쟁도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객은 왕’이라는 생각으로 손님의 만족을 위해 무조건 높이고 존중하다 보니 사물에까지 무심코 과도한 존칭을 쓰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 유통업계에서 사물존칭을 가르치거나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지만 주변에서 너도나도 쓰다 보니 틀렸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물존대를 하지 않았다고 ‘무시당했다’며 항의하는 손님들도 간혹 있어 섣불리 고쳐나가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기사 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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