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20일 화요일

100억 비자금 조성 ‘치밀한 도피 준비’

ㆍ조희팔 일당, 사전 계획…검경에 로비 ‘시간 벌기’
조희팔(사진)의 ‘최측근 4인방’ 중 마지막으로 검거된 ‘2인자’ 강태용씨(54)가 2008년 5월부터 해외 도피를 염두에 두고 100억원이 넘는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강씨는 출국 반년 전부터 ‘디데이(D-day)’를 정해 놓고 시간을 벌기 위해 검찰·경찰 고위간부들을 상대로 계획적인 로비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검경 수사기록 등에 따르면 조희팔 일당은 2008년 5월부터 검경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자 도피 준비를 개시했다. 강씨는 5월2일 친동생 호용씨에게 중국으로 먼저 떠나 사전답사를 하고 올 것을 지시했다. 다단계업체 ‘리젠’ 동부센터 국장 윤모씨는 수사기관에서 “강호용이 2008년 6월10일 200억원 정도를 5억원권 수표로 나눠 직원 30여명에게 주면서 각자 계좌에 입금했다가 3일 후 다시 찾아오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2008년 11월2일 출국 직전까지 4조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무마하려 애썼다. 도피자금이 마련될 때까지 검경의 ‘봐주기’ 수사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전직 경찰 출신으로 다단계업체 ‘씨엔’ 부장을 지낸 임모씨는 검찰에서 “강태용이 수사상황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여러 차례 했다”고 진술했다. 임씨는 ‘다단계 업무는 범죄행위로 언제든 조사를 받을 수 있는데 그에 관한 대비도 했느냐’는 검사의 물음에 “강태용이 하는 일이 주로 그런 일”이라고 답변했다.

강씨의 뒤를 봐준 검경 관계자들은 승승장구했다. 강씨의 고교 동기인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는 2008년 4월 조희팔 일당에게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2억7000만원을 받았다. 강씨를 처음 접촉할 무렵인 2006년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이던 그는 부산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거쳐 2009~2011년 대구지검 서부지청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차장검사를 지냈다. 

강씨의 고교 1년 선배인 오모 전 검찰 서기관은 2008년부터 5년여간 15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지만 2012년 6월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대구지방경찰청 권모 전 총경도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 10월 조희팔 측에서 9억원을 받고 이듬해 3월 총경 진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지방경찰청은 강씨의 처남인 배상혁씨(44)에 대해 ‘적색수배(RedNotice)’를 내리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적색수배는 범죄금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제사범에게 내리는 국제수배의 하나로, 인터폴 회원으로 가입한 세계 180여개 국가 어디서든 체포할 수 있고 검거 시 수배한 국가로 압송된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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