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6일 화요일

손잡은 쌍용·현대, 해외사업 ‘출혈경쟁’ 고리 끊었다

ㆍ‘저가 수주 → 대규모 손실’ 교훈
ㆍ서로의 기술력 합쳐 공동 입찰
ㆍ‘싱가포르 지하철’ 공사 수주
ㆍ최저가 안 쓰고도 중국 제쳐
쌍용건설과 현대건설이 손잡고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를 수주했다. 

최근 많은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보는 것은 국내 업체들 간에 벌어졌던 저가 수주경쟁의 후유증 때문이다. 이번 공동수주는 ‘국내 업체들 간의 해외사업 출혈경쟁→저가 수주→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는 사례로 평가된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 발주한 도심지하철 308공구를 2억5200만달러(약 3050억원)에 수주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쌍용건설이 주간사로 75%의 지분을 갖고 현대건설(지분 25%)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따낸 것이다.

쌍용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2억5200만달러에 공동수주한 싱가포르 도심지하철의 내부 조감도. 쌍용건설 제공
쌍용건설과 현대건설은 현재 싱가포르 도심지하철 다른 공구의 공사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단독으로 입찰하면 국내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지난해 4월 프로젝트 입찰 공고가 난 직후부터 양사가 협의를 시작, 지난해 9월 공동으로 입찰해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두 회사가 공동수주에 나선 것은 양사의 협조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현존하는 최고 난도 지하철 공사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도심지하철 921공구에서 세계 최초로 1600만인시(人時) 무재해를 달성하고, 2010년 이후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에서만 24회의 수상실적을 보유하는 등 기술력과 안전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싱가포르 현지에 최첨단 터널굴착기계인 ‘TBM(터널보링머신)’을 보유하고 있으며,TBM공법의 기술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번 프로젝트 입찰에는 중국 업체 2곳을 비롯해 스페인,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총 7개의 건설사와 컨소시엄이 참가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쌍용·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참가사들 중 최저가가 아닌 3위의 가격으로 입찰했음에도 타국 업체들을 따돌리고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과거 국내 업체들 간의 출혈경쟁으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해외공사를 수주했던 악습에서 탈피한 것이다.

2010~2011년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경기가 침체하자 일제히 해외사업에 ‘올인’했고, 중동 지역 등의 사업에서 국내 업체들 간에 저가·덤핑 수주경쟁이 벌어졌다. 그 결과 적정 공사비보다 10~20%나 낮은 가격에 낙찰을 받은 해외사업들이 속출했다. 

출혈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의 후유증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부문에서만 매년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대까지 적자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쌍용건설 해외영업 총괄 이건목 상무는 “이번 수주는 해외건설에서 국내 업체 간의 출혈경쟁이 아닌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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