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2일 월요일

알뜰? 민폐? 커피숍서 돈 아끼려는 대학생들

서울 A여대에 다니는 임모(23)씨는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나면 늘 학교 앞 커피숍에 간다. 그런데 친구들 손에 하나씩 들려 있는 커피 대신 임씨 앞엔 냉수 한 잔이 있을 뿐이다. 커피값이 부담스러워 주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씨는 “한 잔에 5000원인데, 거의 밥값 수준 아니냐”며 “그렇다고 커피숍 가자는데 빠질 수도 없다. 친구들에겐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고 물을 마시거나 아예 아무것도 안 마신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송모(26)씨도 마찬가지다. 송씨는 동료 대학원생 3명과 커피숍에 가면 늘 커피 두 잔을 주문해 네 명이 나눠 마신다. 송씨는 “안 그래도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 돈을 아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최근 대학가 커피숍에선 돈을 아끼려는 20대 손님과 주인들 간의 묘한 신경전이 종종 벌어진다. 여러 명이 함께 커피숍에 와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는 ‘논(non)커피형’, 한 번 자리를 잡고 4∼5시간 동안 머무는 ‘죽돌이형’, 빨대나 냅킨 등 커피숍에 놓인 물품을 집으로 가져가는 ‘생계형’ 등이 커피숍 주인이 꺼리는 손님 유형이다.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종업원의 눈을 피해 바로 2층이나 3층에 올라가 자리를 펴는 이들도 있다. 4∼5시간 동안 노트북으로 작업하거나, 책을 펴놓고 공부해도 제지받는 일은 거의 없다. 대학생 박모(25)씨는 “학교 앞 커피숍이 조용한 편이고 인터넷 연결도 잘 돼 독서실 삼아 자주 간다. 가끔 눈치가 보이면 다른 사람이 버리고 간 잔을 가져와 테이블에 올려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왕십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조모(23)씨는 학교 근처 커피숍에 가면 한쪽에 놓인 스틱 설탕 여러 개를 챙긴다. 이 설탕은 집에서 요리할 때 쓴다. 조씨는 “(커피숍에서 설탕을 챙겨오는 것은)자취하는 친구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커피숍 주인들은 이런 알뜰족들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많다고 호소한다. 일행들과 함께 와서 커피를 주문하지 않는 정도는 참을 수 있지만, 음료를 주문하지 않은 채 오래 자리를 차지하거나 커피숍 물품을 가져가는 사람 때문에 속을 끓인다. 서울 신촌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A씨는 “가뜩이나 주변에 경쟁 점포가 많은데 학생들을 쫓아냈다가 나쁜 소문이 날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요즘 취업난이나 생활고가 심하다 보니 ‘학생들이 오죽하면 저럴까’ 싶어 안쓰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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