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일 금요일

2016, 달려라 전기차

해외 전기차 강자들 한국 진출… 국내 업체와 ‘짜릿한 승부’ 예고

최근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자동차 시장의 격변을 직감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 또는 스모그와 관련한 뉴스를 접할 때면 전기차 시대가 어서 와야 한다는 ‘당위성’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2016년은 한국 시장에서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여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대명사가 된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比亞迪·BYD)’ 등이 한국 진출을 노리는 데다 국내 업체들도 잇달아 관련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충전시설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점은 전기차 시대 도래의 걸림돌이다.

○ 본격적으로 밀려오는 전기차 모델들


비야디는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기업이다. 배터리 공급업체로 시작해 2003년부터 신에너지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비야디는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확대 정책의 수혜를 봐 승승장구하고 있는 회사. 유럽, 미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에 전기 택시를 공급하는 중국 1위 전기차 업체다.

비야디는 국내에서 전기차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곳으로 평가받는 제주도를 첫 진출지로 삼고 환경부 등 중앙정부의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승용차보다는 버스나 택시, 관공서에서 쓰는 관용차량 시장에 먼저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반면 테슬라는 승용차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7월에 한국과 일본 시장을 담당할 부사장 모집을 시작했고, 11월에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진출 계획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6년에는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제주도의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자사 제품을 경험하도록 해 한국과 중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효과를 노릴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도 한다. 다만 테슬라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고, 한국법인인 ‘테슬라코리아 유한회사’의 주소지는 현재 소규모 임대 사무실로 공간만 마련돼 있을 뿐 일하는 사람은 없어 실제 진출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업체들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차종이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자동차 모델인 ‘아이오닉’.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을 앞세운 차로, 세계 최초로 전기차(EV),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3대 친환경 파워트레인이 모두 적용된다. 현대차는 올해에 관련 모델을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GM도 전기차 ‘볼트’를 올해 출시할 계획이며, 르노삼성자동차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SM3 Z.E.’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 ‘전기차 우등생’ 노르웨이 배워야

하지만 한국의 준비 상황은 다소 더딘 편이다. 정부가 2011년 세운 ‘제2차 친환경차 기본계획’에서 2015년까지 목표로 삼은 전기차 보급 대수는 8만5700대. 하지만 2015년 10월까지 팔린 전기차 대수는 5202대로 달성률이 6.1%에 불과하다. 또 지난해까지 2만 기의 충전시설을 세우는 것이 목표였지만 9월까지 세워진 충전소는 4751곳에 불과해 달성률이 23.8%에 그쳤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싼 차량 가격과 긴 충전시간 등 기술적 한계로 목표 달성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거북이걸음을 걷는 동안 주요 국가들은 각종 보조금과 정책을 통해 전기차 인프라를 넓혀 나가고 있다. 일본은 현재 전기차 충전기가 4만여 개로 주유소 수인 3만4000개를 넘어섰으며, 2020년에 전기차 10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2년부터 2015년 2월까지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13만4600여 대, 일본은 5만1900대, 프랑스는 4만1700여 대로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노르웨이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인구가 500만 명에 불과하고 추운 날씨로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기 쉬운 환경인데도 2014년까지 3만6000대가 넘는 전기차가 보급됐다. 1989년부터 전기차 관련 정책이 시작된 데다 전기차 구입 시 관세, 차량 등록세, 부가세 면제 등은 물론이고 유료 도로 운행료 면제, 버스 전용차로에 전기차 진입 허용 등 적극적인 우대정책을 펴 온 덕이다. 노르웨이 전기차협회가 2014년 6월 전기차 보유자 3500명을 조사한 결과 ‘매우 만족한다’는 답이 91%에, “다시 전기차를 살 것이다”는 답이 74%에 달했을 정도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전기차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어 가만히 있으면 곧 뒤처지게 된다”며 “국내 업체들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2016년이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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