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기자와 대화 형식 책에서 도덕적 교조주의 비판
"사람들을 성적취향으로 규정해선 안돼"…동성애·이혼도 언급
올해 화두로 '자비'를 내세운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 이후 처음으로 책을 내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이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적 '신의 이름은 자비(The Name of God is Mercy)'가 12일부터 전 세계 86개국에서 공식 출간된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50여 쪽 분량의 이 책은 교황과 이탈리아 출신의 바티칸 전문기자 안드레아 토르니엘리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비의 반대편에 도덕적 교조주의가 존재한다고 보고 도덕적 엄숙주의자를 향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조건없는 사랑과 자비를 강조한 예수의 메시지에 배치된다는 게 그 이유다.
교황은 "사랑을 무시한 채 오로지 규율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은 (세계와의) 문을 닫고, 경계선을 그리는 일밖에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독선적인 사람들이 종종 규율의 이름을 빌려 가슴 속 '깊은 상처'를 숨기는 위선적 태도를 취한다고 교황은 주장했다.
교황은 "오로지 자기 확신에 차 높은 위치에서 남을 심판하고 비판하려는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며 "회개할 필요가 없는 아흔아홉 명의 올바른 이들보다 한 명의 죄인이 교회로 돌아올 때 신이 더 기뻐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적인 가톨릭 교회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인 이혼과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동성애와 관련해 "사람들이 성적 취향에 의해 규정돼서는 안 된다. 신은 모든 창조물을 사랑하시며, 우리 모두 그의 무한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성애자들이 늘 신의 가까이에 머물며 속을 털어놓고, 모두 함께 기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교황은 2013년 7월 기자들과 대화를 나눈 자리에서 동성애자들에 대해 "만일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라며 동성애자를 달래는 듯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자비를 강조한 이번 서적은 '자비의 희년(禧年)' 기간과 겹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자비의 희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3월 선포한 특별 희년으로 지난달 개막해 오는 11월 20일까지 지속된다. '희년'이란 가톨릭 교회에서 신자들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를 뜻하며, 정기 희년은 25년마다 돌아온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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