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5일 토요일

서울 노른자위 땅 52만㎡ 10년이나 방치 `국가적 재앙`

용산 국제단지 재추진 / 왜 필요한가

땅값 빼고 이자·매몰비용만 1조3천억
5년 이상 소송 끌면 `모두 지는 게임`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됐다면 초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는 글로벌 관광·비즈니스 허브가 됐을 코레일 철도정비창 용지가 텅 빈 채 방치돼 있다. [매경DB]
최근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손잡고 면세점을 추진하기로 해 화제가 된 용산역 아이파크몰. 서울의 중심에 위치해 앞쪽으로는 재개발이 한창이지만 뒤로는 드넓은 황무지가 펼쳐져 있다. 선로 옆으로는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표지판과 막사들만 보이고, 출입은 통제돼 있고 인적도 드물다. 황량한 벌판은 제2롯데월드보다 65m 높은 620m 높이 랜드마크 빌딩 등 66개의 크고 작은 빌딩이 숲을 이루는 세계적인 비즈니스·관광명소로 탈바꿈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방치된 채 수 년을 넘기고 있다. 수도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노른자 땅이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활용되기는커녕 오히려 도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코레일이 보유한 철도정비창 용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51만8692㎡를 동북아 최대 경제·문화 중심지로 개발하고자 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라는 기대로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땅값만 8조원에 달했다. 감정가(3조8000억원)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낙찰받았고, 사업비는 30조3000억원으로 추정됐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당시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AMC) 측은 82조원의 경제유발효과와 4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조6000억원의 공사물량이 쏟아져 건설 및 부동산 경기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 1억7000만명이 드나드는 한국판 타임스스퀘어, 한국판 롯폰기 힐스 탄생이 예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출자사 간 수조 원에 이르는 소송만 남긴 채 2013년 10월 최종 무산됐다. 양측이 서로에게 사업 무산 책임이 있다며 법적 공방을 벌이는 사이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로펌)만 이익을 볼 뿐 코레일도 민간출자사들도 모두 피해가 상당해졌다. 법원이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승자는 없고 오로지 패자만 있는 '올 루저(all loser)' 게임일 뿐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소 5년 뒤 나올 대법원 확정 판결을 보고 그때 다시 개발을 추진한다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15~20년 동안 수도 서울의 핵심 요지가 황무지로 방치되는 꼴"이라며 "이는 국가적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적 재앙은 사업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한 서울시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 벌어진 일이지만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용산사업 재개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박 시장은 서부이촌동만 따로 떼어내 개발하기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사업 재개의 키를 쥔 코레일을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 또한 강 건너 불구경할 뿐이다. 소송이 코레일 책임으로 귀결될 경우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 등에 미반환 토지대금과 이자, 매몰비용 등 2조50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코레일은 갚을 능력이 없다. 손해배상에 국민 혈세가 동원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코레일과 민간출자사, 국토부, 서울시 등이 머리를 맞대면 국가적 재앙을 막고 전부 이기는 '올 위너(all winner)'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소송을 조기에 종료하고 토지매각 방법, 토지매각 대금, 신규투자 유치 등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합의만 하면 사업 재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송만 해결되면 사업 재개를 위해 투자하겠다는 국내외 사업자가 다수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용산공원 조성과 산재용지 개발, 한강 접근성 개선 및 관광 자원화 등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용산사업을 이와 연계해 재개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PB센터 팀장은 "용산은 명실상부한 서울의 중심부로 국제업무지구가 재추진된다면 한강과 연계된 자원으로 관광객 유치의 상징적 주체가 될 것"이라며 "용산공원 주변 지역 사업추진 성패도 국제업무지구 재추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사업 재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이 2010년 9월 주관사 지위를 반납한 것도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분양 수익이 예상보다 줄어 총 4조6000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