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4일 금요일

5천 원에 도축 '사자개'..탐욕이 만든 비극

■ 거품이 만든 비극…짱아오의 몰락

사자의 모습을 닮아 사자개라 불리는 짱아오! 중국어로 짱(藏)은 티베트를 아오(獒)는 큰 개, 즉 마스티프를 뜻하는 데, 짱아오는 티베트의 마스티프가 되는 셈입니다.

지난해 4월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중국 짱아오 박람회'(中國頂級奢侈寵物藏獒展)에서 생후 1년 된 수컷 짱아오 한 마리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부동산개발업자에게 천 200만 위안(한화 약 21억 원)에 팔릴 정도로 그동안 중국에서는 짱아오 열풍이 불었습니다.

그러나 열풍은 한순간에 끝이 났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 17일자 보도에서 짱아오가 우리 돈으로 단돈 5천 원에 도축장에 팔려나가고 일부는 '샤브샤브'의 식재료로 쓰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언론에도 날 정도니 중국 매체들도 대부분 뉴욕타임스 기사를 받아쓰기 하면서 중국에서도 한동안 짱아오 열풍이 다시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짱아오 거품의 시작

그렇다면 짱아오의 몸값이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짱아오의 가격 거품 역시 다른 거품과 마찬가지로 짱아오 개체의 희소성에서 출발했습니다. 짱아오의 주된 서식지는 해발 3천에서 5천 미터 가량의 칭장(칭하이 성과 티베트)고원으로 순종 야생 짱아오는 그 수가 백 마리도 채 되지 않는 멸종 위기의 동물입니다.(신화통신,2006.9.22.) 물론 지금은 전 세계에 잡종을 포함해 30만 마리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2000년대 들어 돈 있고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기 과시용으로 짱아오를 애완동물로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또 대륙 곳곳에서 짱아오 전시회나 경연 대회가 열리면서 품질 인증서를 주고받기도 했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어미개가 수십억 원에 팔렸다는 호사가들의 말이 대중들 사이에 퍼지게 되고 급기야 투기 자본까지 짱아오 산업에 뛰어들게 되면서 본격적인 거품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중국 매체들은 대체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한 시기를 짱아오 거품의 절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 짱아오 거품 붕괴의 원인

신화통신(2015.1.28.)에 따르면 짱아오 거품기인 2003년부터 2012년 사이 티베트(시짱자치구)에는 95개의 짱아오 양육장이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짱아오 600마리를 동시에 키웠다고 합니다. 털색이 좋은 짱아오는 대략 1억 원에서 1억 5천만 원에 팔렸고 새끼 짱아오도 천8백만 원(10만 위안)을 호가했습니다. 티베트 전체적으로는 연간 만 마리의 짱아오가 시장에서 거래됐습니다. 하지만 거품이 붕괴되면서 지난 두해 동안은 거래 규모가 3천 마리 정도로 축소됐고 96곳의 번식장도 66곳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짱아오의 거품 붕괴 원인은 무엇일까요?

먼저 시진핑 주석의 부패와의 전쟁을 가장 큰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은 집권이후 줄곧 향락주의와 사치풍조 근절을 강조해 왔는데요. 현재 중국에서는 고급술인 마오타이가 잘 팔리지 않고 5성급 호텔들이 스스로 등급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짱아오를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또 짱아오를 사서 선물로 준다고 해도 대놓고 받을 수 있는 배포 있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요? 결국 짱아오 거품기 짱아오의 수량은 늘어났지만 살 사람이 없다는 게 현재 중국 짱아오 산업의 현주소입니다.

또 대형 애완동물 양육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도심에서 짱아오를 사실상 키울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짱아오가 평생 단 한 명의 주인만 섬기고 주인 이외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성질이 사납다는 점도 짱아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기자본도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고 가격 거품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 칭짱 고원이 그리운 짱아오

중국 기록을 보면 짱아오의 특징으로 "나귀처럼 체구가 크고 호랑이처럼 달리며 사자처럼 포효하고 위풍당당하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맹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세 마리 늑대를 능히 감할 할 수 있다"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유목민들은 자신들의 양을 지켜주는 짱아오를 '하늘의 개'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짱아오가 단돈 5천 원에 도축장에 팔려갔다는 뉴스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2년 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카라코람 고속도로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해발 5천 미터 고지가 주는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었지만, 고원 지대에 사는 동물들은 사람과 달리 평지가 아닌 고원에서 자유와 평화를 얻는 듯 보였습니다. 고원 지대에서는 말도 그렇고 소도 그렇고 평지와는 달리 털이 많았는데요, 짱아오 역시 진화 과정을 거치며 사자를 닮은 털북숭이의 모습을 하게 됐고,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보다는 고향인 칭짱 고원이 지내기 훨씬 편할 겁니다.

그런데 인간의 탐욕이 거품을 만들어 짱아오를 고원지대에서 평지로 끌어내렸고 거품이 꺼지면서 식재료로까지 사용하는 상황까지 만들었습니다. 물론 짱아오 거품 사태 역시 중국의 과시욕 강한 일부 부유층과 권력층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거품이란 게 보통 그렇듯이 돈 없는 일반 서민과는 완전히 별개의 일이니까요. 당연히 중국 정부 당국도 거품기에 거래된 수십만 마리의 짱아오를 어떻게 처리할지 적절한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기사 출처 : 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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