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9일 수요일

휴대폰 통화 내역 안 남게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궁금증 ‘톡’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과 관련해, 휴대전화 통화내역 때문에 이완구 전 총리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거짓말을 한 게 잇따라 탄로나는 모습을 보면서 ‘통화내역이 뭔지’, ‘통화내역이 왜 남는지’, ‘어떻게 하면 통화내역이 남지 않게 할 수 있는지’ 등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만난 한 고위 관료는 “통화내역이 남을까봐,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거나 청탁이 예상되는 전화는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화내역이란 언제, 어느 지역에서,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얼마 동안 통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모두 통화내역이 남고, 문자메시지도 언제 누구한테 보냈는지가 이용내역으로 남는다. 통신사들은 통화내역을 요금에 대한 근거자료로 남겨 보관한다. 이용자들이 요금에 이의를 제기하면 통화내역으로 대응한다. 통화내역은 상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1년간 보관된다.

통신과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하는 헌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화내역은 이용자 본인만 열람할 수 있다. 통신업체 담당자도 원칙적으로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볼 수 있다. 다만, 국가정보원·검찰·경찰·기무사 등 정보·수사기관들은 통신비밀보호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범죄 수사와 실종자 수색 등의 목적에 한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사에 요청해 통화내역을 열람할 수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생전에 이 전 총리와 김 전 실장 등과 수십여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검찰이 수사 목적으로 성 전 회장의 통화내역을 열람해서다.

우리나라는 통화료를 발신자에게 물린다. 따라서 통화내역도 통신사 컴퓨터(서버)에는 발신자 쪽에만 남는다. 예를 들어, 영철이가 영자한테 전화를 걸어 통화한 경우, 통화내역은 영철이 쪽에만 남는다. 영자가 영철이의 전화를 받아 통화했다는 기록은 영자의 전화기에만 남을 뿐 통신사 컴퓨터에는 없다. 또한 통화내역은 상대가 전화를 받아 통화료가 발생한 경우에만 남는다.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거나 수신을 거절했을 때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 상대가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가 끊긴 뒤 ‘지금 회의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도 통화내역은 남지 않고, 상대방한테 문자메시지 이용 내역이 남는다.

통화내역이 남는 것조차 꺼려지는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은 전화를 받지 않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전화기에는 언제, 누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다는 게 기록으로 남는다. 통화내역에서 벗어나려고 하기보다 착하게 살며 주위도 깨끗이 해 조사 대상이 되지 않게 처신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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