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5일 토요일

돈 버는 꿈 따로 있을까

강원랜드 9억 대박 주인공, 3일 연속 잭팟 꿈 꿨다는데…

있다: 꿈은 미래를 보여준다
로또 1등 116명 중 20명 "간밤에 좋은 꿈 꿔서 샀다"
조상 꿈 꾼 사람 가장 많고 돼지·불·물·대통령 보기도

없다: '평소 희망사항'일 뿐
우연히 큰돈 얻게 된 사람 행운의 근거로 꿈을 거론
로또 1등 당첨자 중 70% 일주일에 한번 복권 구입

"터졌다!"

지난 15일 오전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양모(58)씨가 슬롯머신에서 8억9730만720원짜리 잭팟에 당첨된 순간이었다. 그는 이날 자신이 투자한 돈(30만원)의 3000배에 달하는 돈을 손에 쥐었다. 2000년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이후 역대 최고 당첨금이었다. 그는 "3일 연속 잭팟에 당첨되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인터넷복권 스피드키노 추첨에서도 꿈을 꾼 덕에 1등에 당첨됐다는 사람이 등장했다. 스피드키노에서 1등이 나온건 7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당첨금은 1억3000만원이었다. 당첨자는 "3일 내내 똥 꿈이 나왔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똥이 재물을 상징한다길래 복권을 샀다"고 말했다.

지난해 로또 복권 1등 당첨자들에게 "왜 복권을 샀느냐"고 물었더니 응답자 116명 중 20명이 "간밤에 좋은 꿈을 꿔서"라고 답했다. 가장 많은건 "재미 삼아서(31명)"였다. 꿈은 당첨자들이 복권을 구매하게 하는데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돈 버는 꿈따로 있을까
"꿈은 미래를 보는 것"
지난해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이 꾼 꿈 중에선 '조상'에 대한 내용이 26%로 가장 많았다. '돼지 등 동물 꿈'과 '불·물에 대한 꿈', '대통령이 등장하는 꿈' 등이 12%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나눔로또 관계자는 "조상 꿈은 2012년엔 3위(14%)였는데, 2013년에 1위(27%)로 올라선 뒤 2년 연속 톱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조상이 꿈에 등장했을 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란 연관성은 조상을 고귀한 존재로 모시는 우리의 전통 문화와 관련이 깊다. '나의 꿈 사용법'을 쓴 신화학자 고혜경씨는 "유교권 문화인 우리나라는 '조상'을 중요한 존재로 여기는 전통이 강하다. 이 때문에 꿈속 조상이 길몽의 증거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꿈에 등장하는 조상이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다르다는 해석도 있다. 유화정 한국역술인협회 상임부총재는 "조상님 꿈을 꿨을 때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일'을 겪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이는 조상이 밝은 모습이냐, 어두운 모습이냐 등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돼지나 큰 불, 똥 등이 재물을 불러온다는 것도 전통 사회의 가치관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유 상임부총재는 "우리에겐 논밭에 불을 내 땅을 기름지게 하고, 똥을 거름 삼아 농사를 짓던 농경사회의 유전자(DNA)가 남아 있다. 또 새끼를 많이 낳고, 빠르게 자라 고기를 제공하는 돼지는 큰 재산이었다. 이런 긍정적인 인식이 재물운을 상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카지노 잭팟이 터지는 꿈을 3일 연속 꾼 양씨의 사례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동양학자인 조용헌 박사는 "상징물이 아니라 '잭팟이 터졌다'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가진 꿈이 3일간 반복됐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암시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꿈과 현실 대박의 상관관계에 대한 믿음은 꿈이 단순한 뇌 활동이 아니라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는 해석으로 연결된다. '로또 복권 당첨 꿈해몽'이라는 책을 낸 해몽가 홍순래씨는 "좋은 꿈을 꾸고 복권에 당첨됐다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라 수백, 수천명이 된다는 것은 꿈이 앞일을 예견한다는 증거"라며 "반복되는 꿈은 어떠한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뜻이며 그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위적으로 대박의 꿈을 꾸게 하는 것도 가능한 일일까. 지난 1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잠자는 동안 자신이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좋은 꿈을 꿀 수 있도록 꿈속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머리 밴드가 개발됐다"고 보도했다. 이 밴드를 머리에 착용하고 자면 밴드가 뇌파와 안구, 몸의 움직임을 분석해 꿈꾸는 단계에서 LED 램프를 켜고 음악을 틀어준다. 이런 자극을 받으면 사람은 자신이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꿈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돈 잘 버는 꿈을 일부러 꿀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깨어 있을 때 상당한 연습을 한 뒤, 꿈을 마음대로 꾸게 하는 '루시드 드림'이라는 꿈 연습법이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해몽가들은 "예지몽은 내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났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 버는 꿈따로 있을까
"꿈은 평소 원하는 것을 비춰주는 거울"
꿈은 지금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걸 상징을 통해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는 해석도 만만찮다.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은 매일 꾸는 여러 가지의 꿈 중에서 특별한 것을 골라 행운이 자신에게 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설명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사람은 하루에도 4~5번의 꿈을 꾸는데 우연한 방법으로 큰돈을 얻게 된 사람이 자신의 행운을 설명할 근거로 꿈을 거론한다는 것이다.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이 수많은 시도 끝에 그런 행운을 얻은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린 양씨는 이달에만 카지노에 네 차례 방문했고, 인터넷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도 "평소 복권을 자주 샀다"고 말했다. 지난해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 중 70%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복권을 구입한다"고 대답했다. 10년이 넘도록 복권을 샀다는 사람도 28%였다.

이준호 한신대 정신분석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돼지, 조상님, 똥, 불 같은 게 나오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학습받았기 때문에 그런 꿈을 꾸면 더욱 적극적으로 복권을 사거나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당첨 확률도 높아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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