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4일 목요일

비싼 주차료에 텅빈 제2롯데…입점상인 "한계상황"


비싼 주차요금에 주말에도 텅빈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주차장
"구매한 제품 수선만 맡기려고 와도 주차장 할인제도가 없어 주차비를 내야 하니, 누가 (롯데월드몰에) 오겠나. 매장에 입점한 개인사업자들은 고사할 지경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에서 캐주얼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정 모 씨의 이야기다. 그는 "매장을 유지하느라 빚이 늘어 집까지 팔았다"면서 이렇게 된 '제1원인'을 주저 없이 주차요금제라고 말했다. 

2014년 10월 롯데월드몰이 축포 속에 개장한 뒤 1년 3개월여가 지났지만, 입점상인들은 여전히 "불합리한 주차 요금제 때문에 영업이 한계 상황을 맞았다"며 서울시에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주변 교통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한다"며 주차요금제 조정 협의를 좀처럼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 100만원어치 사도 수만원 주차료…"임시개장 승인 왜 했나"

현재 롯데월드몰을 방문한 고객이 주차장을 이용하려면 오전 10시~오후 8시까지 10분당 800원, 그 외 시간대의 경우 10분당 200원의 요금을 내야한다. 

영화관(시네마)과 수족관(아쿠아리움) 관람객에게는 4시간까지 4천800원, 4시간 이후에는 10분당 800원의 주차료가 부과된다.

개장 당시 '10분당 1천원(3시간 초과시 50% 할증)'과 비교하면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 조정을 거쳐 낮아진 것이긴 하다.

그러나 여전히 구매금액에 따른 주차료 할인 혜택이 전혀 없어 사실상 서울 시내 쇼핑몰들 가운데 주차료가 가장 비싸다. 

예를 들어 대표적 교통 혼잡 지역인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경우 1시간 주차시 요금은 5천원으로 롯데월드몰(4천800원)과 비슷하지만 백화점·마트 구매액에 따라 1~5시간의 할인권을 주고 있다. 

영화관 이용 주차료도 3시간까지 1천원으로, 롯데월드몰(4시간까지 4천800원)보다 월등히 싸다.

강남구 코엑스몰 역시 1시간 기준 주차료는 4천800원으로 같지만, 지출 금액에 비례해 3시간까지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롯데월드몰 방문객은 면세점, 백화점에서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어치 상품을 사느라 2시간만 주차해도 지금처럼 1만원의 주차료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멀지 않은 곳에 다른 쇼핑 몰들도 많은데 이런 고액의 주차료를 내가며 롯데월드몰을 찾을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서 지하 2~6층에 2천756대의 차가 동시에 댈 수 있을만큼 대규모인 롯데월드몰 주차장은 현재 텅 비어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평균 고객 주차대수는 3천100여대로, 1일 수용능력 1만1천여대(2천756자리×하루 4회 순환 가정)의 28%에 불과하고, 지하 5층~6층은 심지어 주말조차 완전히 비어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과중한' 주차요금 제도는 서울시와 롯데측의 협의에 따라 결정된 것이나 사실상 서울시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민간 쇼핑몰의 주차료를 서울시가 규제할 법적 근거는 현재로선 없다.

다만, 롯데월드몰이 현재 임시 사용 승인 중이란 사실때문에 서울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롯데월드몰은 연말 123층 롯데월드타워 완공에 앞서 서울시로부터 임시개장 승인을 받고 일부 영업중이다. 

승인·취소권을 거머쥔 서울시가 교통난에 대한 우려와 요청을 하면, 롯데로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영화관·수족관 관람객에 대한 주차료를 낮춘 이후 "조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 영향을 알 수 없다"며 거의 추가 협의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입점 업체 점주는 "교통 체증 등 문제가 있다면 임시 개장을 허가하지 말았어야지, 임시 개장해 영업하라고 하면서 주차료는 비현실적으로 책정해 손님이 떨어지게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입점 상인도, 고객도 '불만 폭발'…주차장선 '요금 실랑이'

현재 롯데월드몰에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롯데시네마, 아쿠아리움 등 롯데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시설 뿐 아니라 수많은 패션 브랜드 매장과 식당 등이 영업하고 있다. 

개장 당시만해도 서울의 '랜드마크'에 입점한다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지금 점주들의 얼굴에는 수심만 가득하다.

롯데물산에 따르면 2014년 10월 개장 이후 작년 12월까지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약 1천여개 패션 브랜드의 매출은 목표 대비 절반 수준인 66%에 그쳤다. 

애비뉴엘 월드타워점의 단위면적당 월매출도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2분의 1, 애비뉴엘 소공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칠만큼 부진하다. 

결국 제2롯데월드 입점상인 870여명은 지난해 9월 주차요금 현실화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서울시에 제출했고 최근 두 번째 탄원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월드몰에서 패션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오픈 초기에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점차 매출이 떨어져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차 있는 고객들이 한두 번 와보고는 불평을 터뜨리고 다시는 방문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주차요금제에 대한 불만은 이용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몰 내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에 고객 물품을 찾으러 왔다는 중국관광객 가이드 이모 씨는 "여러 서울 시내면세점을 다니는데 월드타워점 주차요금만 너무 비싸고 유일하게 할인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차정산소 근무자들도 높은 주차료때문에 날마다 곤욕을 치른다. 값비싼 물품을 구매한 고객이 영수증을 제시하며 주차비 할인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롯데월드몰 주차장, '텅텅'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14년 10월 롯데월드몰이 축포 속에 개장한 뒤 1년 3개월여가 지났지만, 입점상인들은 여전히 "불합리한 주차 요금제 때문에 영업이 한계 상황을 맞았다"며 서울시에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주변 교통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한다"며 주차요금제 조정 협의를 좀처럼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사진은 롯데월드몰 주차장.
한 여성 직원은 "다른 쇼핑몰은 영수증을 제시하면 무료 주차가 되는데 왜 여기는 안되냐는 항의를 수 없이 받고 가끔은 심한 소리도 듣는다"며 "주차장은 한적하지만 주차요금 실랑이 때문에 출구는 밀릴 정도"라고 전했다.

심지어 일부 고객들은 할인 없는 주차요금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돈을 차창 밖으로 던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 서울시 "당장 인하없다…교통상황 봐가며 논의"

입점 상인들 입장에서 이처럼 주차요금제도는 생존권이 걸린, 하루빨리 해결돼야 할 과제이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이어 10월에도 주차요금을 인하해줬으니 이제 주변도로 교통상황 변화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두 차례 요금 조정이 있었고 교통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롯데월드몰의 피해도 최소화되도록 해야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당장 주차요금을 조정할 시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롯데월드몰 주차요금 추가 인하로 교통 혼잡이 가중될 가능성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롯데월드몰 인근 송파대로의 1일 평균 차량 속도는 작년 12월 기준 평일 시속 13.5㎞, 주말 15.3㎞였다. 

작년 7월 롯데월드몰 주차요금이 10분당 1천원에서 800원으로 조정되기 직전 6월의 평균 시속(평일 19.1㎞·주말 21.4㎞)과 비교해 단순 수치상으로는 교통 상황이 나빠진 셈이다. 

하지만 12월 '연말 요인' 때문에 차량 통행이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는만큼 꼭 롯데월드몰 주차료 인하의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오는 8월 롯데월드몰에 콘서트홀이 개장하면 교통량이 추가로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신중한' 접근의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도 '민간업체인 제2롯데월드의 주차요금을 지방자치단체가 필요 이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시각에는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전적으로 롯데월드몰 주차요금을 규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임시 사용 승인 당시 교통 혼잡 우려가 많이 제기됐기 때문에 롯데가 알아서 주차요금 수준 등을 정해 제시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식으로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가 개장하면 자율적으로 롯데가 요금을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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