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일 수요일

고속도로 제한속도, 시속 몇㎞가 적정할까

궁금증 ‘톡’ 



지난 3월26일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성능 향상과 무인 자동차 개발 등에 대비해 고속도로 ‘설계 속도’를 현재의 시속 120㎞에서 140㎞ 정도로 높이는 방안을 연구한다고 밝혔다. 설계 속도는 ‘도로의 설계 요소의 기능이 충분히 발휘돼 운전자가 쾌적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고 속도’를 말한다. 한국 고속도로의 대부분은 설계 속도가 시속 100㎞지만, 제2중부나 대전~당진, 청원~상주, 서해안, 중부, 중부내륙 등 6개 고속도로의 전부나 일부 구간은 시속 120㎞이다.

‘제한 속도’는 교통 소통과 안전을 위해 차량의 최고·최저 속도를 정한 것이다. 고속도로의 최고 속도는 편도 1차로 시속 80㎞, 편도 2차로 이상 시속 100㎞나 시속 110㎞ 등 세 가지다. 국도 수준인 시속 80㎞ 고속도로는 광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88고속도로 하나가 있는데, 올해 말이면 확장돼 시속 100㎞로 제한 속도가 높아진다. 대부분의 고속도로는 제한 속도가 시속 100㎞이며, 경부, 서해안, 중부 등 8개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이 시속 110㎞다.

그동안 일부 운전자들은 통상 시속 100~110㎞인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 근거는 먼저 설계 속도가 시속 120㎞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시속 120㎞로 설계된 6개 고속도로들은 그 속도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선진국의 고속도로 제한 속도가 한국보다 높은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고속도로(아우토반)는 제한 속도가 없으며, 권장 속도는 시속 130㎞이다. 또 프랑스의 제한 속도는 시속 130㎞, 미국은 시속 128㎞, 영국은 시속 112㎞ 등이다. 일본만 시속 100㎞로 한국보다 제한 속도가 낮다. 

그러나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를 높이면 교통 사고의 우려가 커진다. 통상 자동차의 속도가 빠를수록 사고율과 사고 심각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교통 사고율이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제한 속도를 높이기 어려운 이유다. 또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허용되는 속도가 측정 오차와 국민 정서 등 이유로 제한 속도보다 시속 15~20㎞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도 제한 속도가 시속 100㎞인 고속도로는 시속 115~120㎞, 제한 속도가 시속 110㎞인 고속도로는 시속 125~130㎞까지 허용된다. 따라서 제한 속도를 시속 130㎞로 할 경우 실제 허용 속도는 시속 145~150㎞에 이르게 된다.

한국에서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를 높인다고 해도 시속 130㎞를 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자동차 운전자의 뇌가 지속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시속 130㎞ 정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 선진국에서 허용하는 고속도로 최고 속도도 그 정도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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