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1일 화요일

비슷한 비용, 천양지차 급식… 영양사-밥쌤 정성이 갈랐다

중고교 40여곳 콘테스트 해보니

탐사보도팀은 동아닷컴이 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툴을 이용해 학교급식 사진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40개가 넘는 중고교의 이번 학기 급식 사진이 올라왔고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해 1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렇게 ‘베스트 10’과 ‘워스트 10’으로 꼽힌 식단은 사진만으로도 △영향의 균형 △메뉴의 다양성 △요리에 들인 정성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급식이 잘 나오는 학교는 그만큼 비싼 급식비를 내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베스트’로 뽑힌 학교와 ‘워스트’로 뽑힌 학교에서 학생들이 내는 점심 급식비는 각각 4000원과 3500원으로 가격 차이가 500원에 불과했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뺀 식재료비에 들이는 비용도 거의 비슷하다. 두 학교가 소속된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산하는 고등학교의 평균 식재료비는 70% 수준. 이 추산 방식에 따르면 두 학교는 각각 2800원과 2450원 정도의 식재료비를 썼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돈의 차이는 아닌 셈이다.

○ 학교의 정성이 식판을 비운다

이번에 최고로 뽑힌 학교의 공통점은 식자재 구매부터 메뉴 선택, 식기 선택까지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17일 취재진이 찾은 경기 성남시 이우학교는 ‘학교가 정성을 쏟으면서 학생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단순한 해답을 보여줬다. 이 학교는 중고교 대안학교로 친환경 식단과 잔반 없는 급식으로 대표적인 ‘착한 급식’ 학교로 꼽힌다.

이날 점심은 오므라이스, 샐러드, 말린 새우·멸치 볶음, 열무김치, 누룽짓국, 오렌지 반쪽. 평범한 메뉴지만 학생들은 음식을 남기지 않았다. 3학년 서상필 군(18)은 “야채가 많고 고기는 적은 편이지만 음식이 맛깔스럽고 영양교사, ‘밥쌤’(조리 종사원)들과도 밥이 어떤지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2년째 급식을 맡고 있는 송덕희 영양교사는 “학생들 입맛은 늘 바뀌기 때문에 식당에서 편하게 얘기하면서 어떤 점이 좋고 뭐가 싫었는지 계속 확인해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들기름 유자청 레몬즙 소스를 얹은 샐러드에는 호평이 쏟아졌다. 송 교사에게 직접 ‘다음에 또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학생도 있었다. 

○ 들쑥날쑥한 영양사·조리사의 실력 

학교별 편차가 큰 또 다른 이유는 영양사·조리사의 역량이다. 이번 급식 콘테스트에서 좋은 사례로 꼽힌 서울과학고의 사진을 보고 전문가들은 “비싸지 않은 재료로 맛있게 조리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학생이 잘 안 먹으려는 채소를 여러 가지 레시피로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서울 C고나 강원 K고 급식은 같은 생선구이더라도 너무 말라 비틀어져 보이는 등 식욕을 전혀 자극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영양사와 조리사의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 지역 김모 영양교사는 “경력에 따라 ‘노하우’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신참 영양교사는 선배들에게 레시피를 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 교육청에서 나눠준 단체 급식용 레시피 같은 자료가 더 많이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맛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학교급식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초중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92억 원이었던 비용은 2013년 124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 만족도 조사로 학교 경쟁 필요

위생 검사에만 집중되는 교육 당국의 급식정책도 바꿔야 한다. 윤기선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식중독 같은 안전 문제만 강조하기보다는 품질을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교육청도 주기적으로 학교 급식실을 점검하지만 식중독 예방을 위한 위생검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확한 만족도 조사도 필요하다. 교육부는 연간 총 200여 개 학교(학생, 학부모, 교직원 포함해 1만 명)만 샘플링해 지역별 만족도 조사를 시행할 뿐이고 개별 학교의 자체 급식 만족도 조사는 참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미국, 일본은 학생 만족도와 실제 섭취량까지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하나의 기준으로 학생들의 만족도를 평가 비교하고 급식 정책에 활용하는 노력이 있어야 각 학교도 자극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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