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7일 금요일

구경 한 번 잘 했네!, 페라리 캘리포니아 T

자동차 사진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이어지는 글은 시승기라기 보다는 페라리 ‘구경기’에 가깝다. 아직 페라리를 ‘이렇다, 저렇다’ 평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 아닌 데다가, 페라리 및 동급 모델을 타 본 적도 일천하다. 아는 것 없고 경험한 것 별로 없는 ‘일개’ 기자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타 본 페라리 캘리포니아T는 한 마디로 ‘전천후’다. 바람을 뚫고 달리고 싶으면 지붕을 열고, 비가 오면 지붕을 닫을 수 있는 데다, 주행감이 사뭇 편해서 1년 내내 출퇴근 용으로 탈 수 있겠다. 솔직히 페라리가 이렇게 안락할 줄은 몰랐다.

겉모습
흰색 페라리는 양념이 빠진 치킨을 씹는 것처럼 허전하다. 페라리만의 유연한 굴곡과 미끈한 실루엣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아서다. 페라리는 기본적으로 붉은색이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한다. 붉은 표면에 하늘과 풍광이 반사되면서 풍만한 볼륨과 섹시한 실루엣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반면 흰색은 깔끔해 보이긴 하지만 페라리의 아름다운 굴곡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헤드램프나 그릴, 검은색 공기구멍, 파팅 라인 등은 눈에 확 들어오지만, 풍만하게 부풀린 볼륨감은 다소 밋밋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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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페라리 캘리포니아가 터보 엔진으로 진화하면서 겉모습도 싹 바뀌었다. 앞모습은 페라리 FF나 베를리네타와 비슷하게 바뀌었고, 옆면 라인은 한층 정제됐다. 뒷모습 역시 세로로 쌓았던 배기파이프를 범퍼 아래로 내리는 등, 이전보다 단정한 형상으로 바뀌었다.

속모습
흰색 페라리의 붉은색 실내는 ‘반전’이다. 눈동자가 타오를 것 같은 붉은색 가죽이다. 일단 가죽 질감이 참 좋다. 뚝 잘라서 가죽 팔찌을 만들어 팔아도 기십만원은 받을 것 같다. 붉은색 시트에 앉으면 F1 경주차 스타일의 특제 핸들에 눈이 쏠린다. 뭔가 많이 붙어 있다. 엄지손가락 부위엔 ‘혼’ 버튼이 있고, 검지 손가락 부위엔 기다란 패들시프트가 붙었다. 왼손으로 당기면 한 단 씩 내려가고, 오른손으로 당기면 한 단 씩 올라가며 둘을 한꺼번에 당기면 ‘중립’이 된다. 방향지시등 버튼도 핸들에 달려 있고, 와이퍼와 하이빔도 모두 핸들에 달려 있지만, 크루즈콘트롤이나 카오디오 조작 버튼 등은 핸들에 없다. 딴 짓하지 말고 달리는 데 집중하라는 얘기다. 이건 페라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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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공간은 좀 인색하다. 컵홀더는 딱 하나 뿐이고, 컵홀더 앞에 휴대폰 놓은 공간 정도는 있다.옹색한 뒷좌석이 있고, 안전벨트도 달려 있지만, (법적으로)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서류 가방 등을 놓는 용도로 쓰는 게 좋겠다. 등받이를 접으면 트렁크와 연결되면서 보드나 골프백 등의 기다란 물건을 실을 수 있다.

달리는 느낌
자연흡기 엔진만 고집하면서 터보에 한두 번 손 댔던 페라리가 본격적으로 터보를 만지기 시작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캘리포니아T는 기존(4.3리터)보다 0.5리터 가량 줄어든 3.8리터 엔진이지만, 터보를 두 개나 붙여 100마력이 더 강해졌다. 걱정했던 터보랙(터보가 작동하기 직전에 다소 굼뜨는 현상)은 없다. 3,855cc 트윈터보 엔진은 560마력에 최대 토크가 77kgm이나 되고, 정지상태에서 3.6초만에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꽤 부드럽게 변속된다. 팽팽한 포르쉐식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다소 싱거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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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느낌은 아주 좋다. 단단한 골격에 말랑말랑한 서스펜션을 끼워 정교하고 부드럽게 달린다. 캘리포니아T는 독일제 스포츠카처럼 치밀하거나 딱딱하지 않다. 여유와 조화, 내공 등이 어우러진 느낌이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독일차를 향해 “너무 완벽하면 매력 없잖아”라고 말한다. 포르쉐 핸들을 잡으면 자꾸 서킷으로 달려 가고 싶은데, 캘리포니아T 핸들을 잡은 오늘은 고불고불한 와인딩 로드 생각이 간절해진다. 캘리포니아T는 욕심을 자꾸 내려놓게 되는 페라리다.

놓치면 안 되는 특징
페라리에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이 어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50~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자동차 경주에서 이름을 날리며 승승장구했던 페라리는 당시 호황을 누렸던 미국 시장을 둘러봤고, 이들을 위해 ‘지붕을 열고 캘리포니아 해변 도로를 여유롭게 달릴 수 있는 페라리’를 만들게 된다. 1958년에 처음 나온 ‘페라리 250GT 캘리포니아’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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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가 250GT 캘리포니아, 오른쪽은 아래-위 모두 575M 슈퍼아메리카, 왼쪽 아래는 2008년에 나온 캘리포니아

유럽을 위한 페라리가 ‘속도’와 ‘파워’에 초점을 뒀다면, 미국을 위한 페라리에는 ‘낭만’을 함께 담았다. ‘캘리포니아’라는 이름 외에도 ‘슈퍼아메리카’라는 이름을 붙여 고성능과 낭만을 가득 담기도 했다. 2005년에 나온 페라리 575M 슈퍼아메리카는 투명한 지붕이 화장품 뚜껑처럼 열리면서 트렁크 위로 수납되는 게 특징이다. 페라리 캘리포니아는 이탈리아 페라리가 미국을 위해 골격부터 새로 짜맞춘 차다. 미국의 신흥 부자들을 위해 너무 크지 않은 크기와 너무 세지 않은 엔진, 로봇처럼 열리는 하드톱 컨버터블 등을 갖추고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것이 유럽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다른 페라리들과 다소 성격이 다른 이유다.

기억해야 할 숫자
3,855cc 엔진에 터보를 붙여 560마력을 낸다. 독일에서도 포르쉐 터보S가 3.8리터 엔진에 터보를 붙여 560마력을 낸다. 비슷한 배기량에 마력이 같지만, 토크는 페라리 캘리포니아T가 약간 앞선다. 캘리포니아T는 77kgm인데, 터보S는 71.4kgm이다. 둘은 모두 7단 더블클러치 변속기를 붙였지만, 캘리포니아T는 엔진이 앞에 있는 후륜구동이고, 포르쉐 터보S는 엔진이 뒤에 있는 사륜구동 방식이다. 게다가 크기도 캘리포니아 쪽이 약간 크고, 하드톱 컨버터블이 달려서 무게도 50kg이나 더 나간다. 이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제조사에서 내놓은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도 캘리포니아T가 3.6초, 포르쉐 터보S는 3.1초다. 두 차는 물론 비교 대상이 아니고, 구입을 앞두고 저울질할 대상도 아니다. 배기량과 파워가 비슷해서 단순 숫자만 비교한 것 뿐이다. 페라리 캘리포니아T의 가격은 2억8천2백만원 부터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가격에 대략 3천~1억 정도의 옵션을 붙여 구입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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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라리 캘리포니아T의 급가속 영상


>>> 페라리 캘리포니아T의 지붕 열고 닫는 영상


<기사 출처 : 카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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