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7일 금요일

전문가 58% “2~3년 내 수도권 집값 조정”


주택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는 경고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미분양 주택이 4개월 만에 다시 늘었고, 집값 상승세도 계속 둔화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의 58%는 앞으로 2~3년 안에 수도권 주택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10월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만5576가구로 전월보다 0.2% 증가했다. 수도권 중에선 경기도의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늘었다. 경기도 시·군별로 미분양이 많은 곳은 ▶용인(3920가구) ▶화성(2443가구) ▶김포(2008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 미분양 주택은 1만6645가구로 전월보다 1330가구(-7.4%) 감소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용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분양 물량이 1000~7000가구에 불과했지만 올해 갑자기 2만5000가구로 증가했다”며 “앞으로 공급 과잉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주택거래가 늘면서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였는데도 미분양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분양 등 공급이 많았다는 얘기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21만8761가구로 전년 동기(10만640가구)의 두배 수준이었다. 게다가 올해 건축 인허가를 받은 주택 물량만 1990년 이후 최대인 70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입주가 시작되는 2017년 이후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입주대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 역시 2017년 정도에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부동산 전문가 25명과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30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전문가의 58%는 수도권 주택 가격이 2~3년 안에 조정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 주택 가격이 조정될 것이란 응답은 전체의 83.3%에 달했다.

 다만 내년 수도권 주택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간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충청·경북 지역은 당장 내년부터 주택 가격 하락을 예측하는 견해가 우세했다. 대구·경북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의 84%가, 충청에서는 59%가 내년 집값 하락을 예상했다. 장한철 한은 지역협력실장은 “주택 공급이 부족한 강원과 이주 수요가 늘어난 제주를 제외하면 지방의 주택 가격 조정 가능성이 수도권보다 크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상승폭이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23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주 0.09%에서 0.08%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5주 연속 상승 폭이 줄었다. 문종훈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 과장은 “미국 금리 인상과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관망으로 돌아선 매수자가 많아졌다”며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추가분담금 문제가 제기되면서 가격 오름세가 둔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혁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미분양 주택은 2008년 16만5000가구까지 늘어난 적이 있고 역대 평균이 6만2000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3만 가구 수준은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날 강호인 국토부 장관의 발언과 비슷한 맥락이다. 강 장관은 25일 주택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지역과 수요에 따라 적절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지만 인위적인 공급 조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선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공급 과잉 이후 2~3년 뒤에 미입주 사태가 벌어지면 건설사는 분양 잔금을 받지 못해 더욱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정부가 적절하게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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