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현금 없는 사회’ 스웨덴서 현실로…

GDP 대비 현금통화량 불과 2%
교회 헌금·노점 거래도 앱·카드로
은행, 예금 잘 안받고 현금도 없어 


스웨덴의 화폐 크로나. 연합뉴스
‘현금이 사라진 경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려온 미래사회의 모습 가운데 하나다. 현재 여기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나라는 어디일까? <뉴욕 타임스>는 지난 26일(현지시각) 북유럽의 스웨덴을 꼽았다. 이 나라에서는 교회 신자들이 모바일 앱이나 카드로 십일조 헌금을 내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행상인이 결제에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스웨덴이 디지털 거래의 매력에 빠진 것은 여러 수치로 드러난다. 우선 지폐에다 동전을 더한 현금통화량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미국(7.7%)과, 유로를 화폐로 쓰는 유로존(10%)보다 크게 낮다. 우리나라는 4.7%로 잠정 집계됐다. 또한 올해 스웨덴 소비자들의 현금 결제 비중은 20%에 그치고 있다. 세계 다른 나라들의 평균치(75%)에 견줘 55% 포인트나 떨어진다. 현금이 사라진 자리는 신용·직불카드와 앱이 메우고 있으며 앱의 비중이 갈수록 상승세다. 게다가 대형 시중은행 지점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금(시재금)을 보유하지도 않고 예금으로 받지도 않고 있다.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폐쇄된 현금입출금기만도 수백개에 이른다고 한다. 

스웨덴에서 현금이 찬밥 신세가 된 것은 카드와 앱이 주는 편리함과 안전함 때문이다. 현금을 지니고 다니거나 집에 보관할 경우 절도 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이런 현금 탈피 추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전자거래는 기록이 남아서 현금 거래보다 세수를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지하경제의 축소 가능성도 내다본다. 은행들도 비용 절감과 함께 수수료 수입을 늘릴 수 있어 현금 없는 거래 확대에 적극적이다.

그럼에도 현금 종말의 시간이 곧 올 것 같지는 않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현금이 20년 정도는 더 유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새로 디자인한 동전과 지폐를 선보였다.

디지털 화폐의 확산에 따른 문제가 없을 리 없다. 디지털에 익숙지 못한 노인세대로서는 불편할 수 있고 젊은이들의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는 게 그것이다. 특히 ‘빅 브라더’가 거래 기록을 악용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한편, 영국중앙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홀데인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현금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기가 나빠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릴 경우 사람들이 예금을 인출해 현금으로 보유할 가능성(유동성 함정)이 작지 않다. 이리 되면 통화정책이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현금을 없애고 화폐를 모두 전자화하면 사람들이 예금을 소비 등에 쓸 수밖에 없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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