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폰'이라더니… 따져보니 '제값폰'

[눈속임 보조금에 다단계까지… 변종 마케팅 주의보]

누구나 받는 요금 할인을 단말기 할인처럼 속여 팔아

보조금 더 주는 高價 요금제… 실제로는 돈 더 많이 내게 돼

직장인 정모(30)씨는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를 지난 8일 하루 동안 네 차례나 받았다. 모두 휴대전화 판촉 전화였다. 전화를 건 판촉 요원들은 "우수 고객님에게 갤럭시노트4, G플렉스2 등 최신 스마트폰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 안내입니다. 지금 쓰고 계신 요금제 그대로 최신 스마트폰으로 교체하세요"라고 안내했다. 정씨는 "월 1000원만 더 내면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꿔준다고 해서 솔깃했는데, 자세히 알아보니 공짜가 아니라 약정 연장 등 조건이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가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를 출시하면서 휴대전화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 영업점에서는 기존 제품의 재고를 빨리 팔아치워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고객들이 갤럭시S6로 쏠리기 전에 재고를 털지 않으면 고스란히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일부 영업점은 고객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최신 스마트폰을 한정 수량으로 무료 제공하고 있다"는 텔레마케팅(전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불필요한 고가(高價)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권유하거나 다단계 방식으로 수당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변종 마케팅도 속출하고 있다.

◇우수 고객 최신 스마트폰이 공짜?

최근 휴대전화 이용자들을 가장 성가시게 하는 일 중의 하나가 '공짜 스마트폰'을 내세운 텔레마케팅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공짜폰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요금 약정 할인 제도를 이용해 마치 스마트폰을 공짜로 주는 것처럼 소개하는 것이다. 약정 할인은 고객이 특정 통신사를 1~3년간 의무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약정 계약을 맺을 경우 누구에게나 매달 1만∼2만원의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일부 텔레마케터들은 기본적인 통신요금 할인을 스마트폰 가격 할인처럼 속여서 소비자를 유혹한다. 특히 복잡한 요금 체계를 잘 모르는 노인·여성 등은 "한정된 수량만 조건이 되는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고 회유하면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소비자가 착각하지 않도록 요금 할인과 단말기 할인을 엄격히 구분해서 설명하라고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방통위 관계자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은 소비자 기만행위로 불법"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작년 1~7월 접수된 60세 이상 소비자 상담 건수 2만34건 중 정보통신 서비스 관련 피해가 2872건(14.3%)으로 가장 많았다.

◇불필요한 고가 요금제에 다단계 판매까지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구매 지원금(보조금)을 최대한도로 주겠다"며 고가 요금제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KT에서 월 4만1000원을 내는 '순모두다올레 41' 요금제에 가입하면 '갤럭시노트4 S-LTE'를 19만3000원을 할인받아서 살 수 있다. 이 경우 판매원은 "월 7만7000원 요금제(순완전무한 77)에 가입하면 30만원까지 깎아준다"고 유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화나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도 않은 사람이 '41요금제' 대신 '77요금제'에 가입했다간 매달 3만6000원의 통신요금을 더 내야 한다. 2년 약정을 했다면 스마트폰을 10만원 싸게 사겠다고 총 통신료 86만4000원을 더 납부하는 셈이다.

이통사 고객이 다른 고객을 신규로 유치해올 경우 수당을 주는 일종의 '다단계 판매'도 유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다단계 판매로 가입자를 대거 끌어모으고 있고, KT 역시 비슷한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각종 변종 마케팅이 성행하는 이유는 갤럭시S6 출시를 계기로 기기 변경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 물량을 얼마나 처리하는지에 따라 향후 수익성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일부 영업점의 불법 마케팅을 근절하기 위해 교육을 하고 고객들로부터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시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방통위도 다단계 판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통해 불법 보조금이 제공되는지 실태 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