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1일 토요일

일본은 변했다…'변한 일본'을 바로 보자




일본의 독도 도발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법도 마련하려는 노력이 안 보이고, 침략의 과거사는 점차 잊어버리려 한다. 생각 같아서는 일본과 대판 싸움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기분 내키는 대로 일본과 싸운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일본이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날이 오기는 올까? 한일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명쾌한 답이 안 나오는 시점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일본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난 8일 국립외교원이 주최한 ‘한일관계,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취재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사회로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과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원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이 토론에 참가했다. 토론회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 대해 뭔가 응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토론회를 보고 난 뒤 ‘좀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의 대일 정책에 대해 다같이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나름대로 주제를 잡아 소개한다.
● 일본의 변화는 ‘상수’다

일본의 우경화는 이제 ‘상수’가 됐다. 일본의 우경화가 아베 정권에 의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전후(戰後) 세대'의 인식이 '전전(戰前) 세대'와는 다르다는 데에도 기인한다. 2차 대전 이전의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인식이 바닥에 깔려 있었지만, 2차 대전 이후에 태어난 일본인들은 그런 생각이 약하다. 벌써 광복 70년이니, 70살이 된 일본인들도 가해자라는 인식은 별로 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이제 ‘보통국가’, 즉 다른 나라처럼 군대도 정식으로 가지고 전쟁도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국가가 되고 싶어한다. 언제까지 죄인처럼 살아야 하느냐는 얘기다.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행태를 보면 우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의 전반적인 생각이 이렇게 변했다는 것이고 우리가 비판한다고 해서 변할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다.

일본은 또, 동북아에서 중국이 부상하고 한국과 중국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고립되고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국력이 예전보다 커져 일본이 무시할 수 없게 된 것도 일본으로서는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일본은 미국에 적극적으로 붙어 살 길을 찾고자 한다. 한일관계는 부차적인 변수가 된 것이다. 

● 한일관계는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일본이 이렇게 변한 만큼, 한일관계는 이제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게 됐다. 즉, 한일 우호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틀로 한일관계를 바라보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이제부터 한일관계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위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갈등관리 차원으로 사고되어져야 한다. 한일간의 갈등이 극한적 대립이나 무력충돌로 비화하는 것을 막는 외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일본은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인가’ 고민할 시기가 됐다

한일관계가 우호관계를 복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일본이 전략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나라인가’라는 고민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일본은 ‘역사의 가해자’, ‘가깝고도 먼 이웃’ 정도의 감정적인 존재로 다가왔는데, 지금부터는 일본이란 나라가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철저하게 이해타산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예’가 될 수 밖에 없다. ‘예’라는 답변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면, ‘일본과 완전히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이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 누구도 ‘일본과 완전히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미운 일본’이지만 ‘미운 일본’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 지를 전략적으로 사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 대일외교, 어떻게 가야 하나
일본의 독도와 과거사 부정에 대한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 수위가 한일관계 전반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가서는 곤란하다.

이렇게 갑갑한 상황에서 사실 필요한 것은 한일간의 진지한 소통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그냥 만나는 것보다도 양국 정상의 의중을 담은 비중있는 인물들이 비공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양국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지속적으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을 상대로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하는 것 외에, 일본 국민을 상대로 일본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외교를 해야 한다. 일본 내에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고 일본 내에 한국에 대한 우호 여론을 확산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한일관계의 개선 방법이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산케이 신문의 가토 전 서울지국장은 기소는 유지하되 출국정지는 풀어줄 필요가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일본으로 돌아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일본의 부담이 되지만, 가토 전 지국장을 한국에 묶어두고 있으면 우리 부담이 된다.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인데, 가토를 한국 땅에 잡아둠으로써 일본 내에서 영웅을 만드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 일본에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자

지금까지 한일관계 토론회에서 국내의 일본 전문가들이 얘기한 한일관계의 상황 진단과 우리의 대일외교 방향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다. 각각의 내용에 대해 물론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변했는데 우리는 ‘과거의 일본’을 상정하고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대일 외교와 여론이 여전히 감정적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북한이 우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통일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위해 남북관계를 포기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까?

이제 일본이 진심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으리라는 너무 큰 기대를 가지지 말자. 우리는 그야말로 국익에 따라 필요한 만큼 일본과의 관계를 가지면 된다. 너무 감정에 치우치면 우리만 불필요한 손해를 볼 수 있다.
<기사 출처 : S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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