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9일 목요일

외국 관광객 “서울 가면 다섯 번 뒤통수 맞아”


호객꾼들이 8일 서울 명동거리에서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마스크팩을 건네며 상점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ㆍ불편 신고 접수 매년 증가
ㆍ경찰 “불법행위 집중 단속”

지난해 서울을 찾은 대만인 ㄱ씨는 명동에 있는 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갔다가 큰 수모를 당했다. 마스크팩을 나눠주며 하는 호객 행위에 이끌려 매장을 둘러보고 나가려던 찰나 점원이 대뜸 “팩 받으려고 들어왔냐”고 쏘아붙였고, ㄱ씨는 어처구니없어 대꾸도 하지 못했다.


홍콩인 ㄴ씨는 새벽 3시쯤 동대문에서 택시에 탑승해 “홍대에 가달라”고 했다. 운전기사는 다짜고짜 “4만원을 달라”고 했다. “미터기를 켜달라”고 하자 기사는 “4만원이 나오는 거리로 돌아서 가겠다”고 배짱을 부렸다. ㄴ씨가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기사는 “3만원만 내라”고 했다. 결국 그는 3만원을 택시비로 지불했다.

연간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에 방한객들 사이에서 “서울 구경 갔다가 5번 뒤통수 맞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명동 호객행위, 동대문 불법택시뿐 아니라 홍대 주변 불법 게스트하우스, 이태원 짝퉁상품, 남대문 바가지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어글리 코리안’의 불법행위가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 8일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2010~2014년 불편신고 접수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1154건을 기록했다. 

최근 홍대 주변에서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게스트하우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불편 사례가 늘고 있다. 프랑스인 ㄷ씨는 인터넷 예약사이트를 통해 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한 뒤 일주일 체류비로 17만원을 먼저 냈다. 그러나 업주의 이상 행동에 불안을 느껴 2박째 되는 날 체크아웃을 결심했다. 업주는 경찰이 중재에 나선 뒤에야 나머지 숙박비를 환불해줬다.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한 홍콩인 ㄹ씨는 도착 당일 “빈 방이 없다”는 이유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숙소를 안내받았다. 계약과 달리 단독 화장실이 없는 비좁은 방이었다. 

‘쇼핑 1번지’로 꼽히는 이태원과 남대문도 ‘오명’을 벗기 힘들다. 이태원에서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위조상품 판매가 여전히 성행 중이고, 남대문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지난 7일부터 오는 6월9일까지 주요 관광지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경찰은 “권역별 ‘맞춤형 단속’을 실시해 외국인을 상대로 한 각종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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