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하와이가 노숙인의 천국으로 변모했다. 하와이 인구 10만 명당 487명이 노숙인으로 미국 50개 중 뉴욕주(州)를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미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하와이 노숙인 수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경기 회복으로 미국 전역의 노숙인 비율이 감소세를 나타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변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로 인해 세계적인 휴양지인 하와이의 이미지는 치명상을 입었다.
하와이의 노숙인은 2014~2015년 사이에만 46%가 증가했는데 이렇게 단기간에 노숙인이 급증한 요인 중 하나는 미크로네시아인들의 유입이 증가한 것이다. 미크로네시아는 태평양 서북부에 위치한 섬나라로, 미국 정부가 미크로네시아인의 미국 이주를 허용하자 의료 혜택과 교육 기회, 일자리를 찾아 가장 가까운 미국 영토인 하와이로 몰려든 것이다. 미 통계청은 하와이 노숙인 중 약 30%는 하와이 원주민, 27%는 미크로네시아인, 26%는 백인이라고 밝혔다. 물론 하와이의 높은 물가와 낮은 임금이 그들을 길거리로 나앉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
하와이 주는 2006년 노숙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캠프를 법적으로 허용했지만 현지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캠프 단속에 나섰다. 이로 인해 많은 노숙인들은 와이키키 해변 호텔 주차장과 인도로 몰려들었다. 그러자 하와이 주 정부는 노숙인들이 인도에 앉거나 눕는 것을 금지하고 나섰다. 하와이 관광 수입에 큰 공헌을 하는 하얏트 호텔과 힐튼 호텔 등이 노숙인들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키오니나 카네소라는 이름의 미크로네시아 여성은 지난 2004년 하와이로 건너와 식당 설거지 및 공장 직원 등의 일자리를 전전했다. 현재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며 미크로네시아에 남겨둔 아들의 비행기표 값을 모으고 있다. 그녀의 아들이 심장병을 앓고 있어 미국에서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녀는 거처할 곳이 없어 노숙인 수용소에서 지내며 하와이 공공주택 거주를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그녀에게 지난 9월의 경험은 악몽이었다. 하와이 당국이 그녀와 딸, 손녀들이 거주하던 텐트를 없애버려 길거리에 나앉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며칠 만에 노숙인 수용소에 들어갔지만 그녀는 공공주택 입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아들의 심장병 치료를 위해 하와이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카네소의 말이다.
미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와이키키 해변 인도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들에게 선적 컨테이너를 임시 거처로 제공하기도 했다. 데이벳 이게(David Ige) 하와이 주지사는 지난달 노숙인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숙인 수용 시설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하와이 북부 오아후 섬에는 노숙인 7620명 중 4900여 명만이 노숙인 시설에 거주한다. 하와이 주는 2020년까지 2만 7000개의 임시 거주 시설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예산으로 새로 마련할 수 있는 시설은 800여 개에 불과하다. 하와이 주 전체로 보면, 1만여명의 노숙인들이 공용 노숙인 시설에 들어가기 위해서 5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기사 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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