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일 일요일

커피 향 짙은 상하이의 가을

10월의 상하이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이다.
10월의 상하이에는 투명한 하늘 아래 막 단풍이 든 플라타너스가 가로수 길을 물들이고 있다. 거리는 온통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특히 국경절 연휴는 7일이나 되니 ‘방콕’만 하기엔 아쉽고, 문밖으로 나가자니 인파에 휩쓸려 고생할 생각에 아찔하다. 이런 때를 위해 아껴둔 곳이 바로 상하이의 미술관 옆 카페다.
상하이에는 최근 몇 년 동안 실험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들이 들어서고 있다. 무료 커피가 제공되는 미술관도 있고, 미술관 옆의 근사한 카페가 입소문 난 곳도 있다. 중국 젊은 작가들의 미술 작품은 아직은 경직된 중국 사회에 비해 상당히 개방적이고 솔직하다. 조금 과장을 보태 요즘 보도되는 뉴스보다 현실적이고 휴머니즘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10월을 맞아 다양한 미술 전시가 풍성한 상하이 미술관에서 젊은 작가들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도 보고, 미술관 옆 카페에서 예술적인 느낌이 가득 담긴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한다면 누구보다도 휴일을 잘 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이 중심 번화가 난징루로 먼저 가보자. 10월은 나뭇잎 끄트머리가 서서히 변하는 계절임을 알려주는 인민공원엔 ‘상하이 미술관’이 있다. 1930년대에 지은 영국식 건물로 8천여 점의 미술품이 전시된 곳이다. 지상 5층인 미술관의 1~3층은 전시관으로, 4층은 미술 관련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미술 도서관으로 쓰인다. 상하이 미술관의 특징은 시계탑인데 이 시계탑이 있는 5층에 ‘루프톱 카페(roof-top cafe)’가 있다. 인민공원의 서늘한 가을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명당이다. 매 시간 울리는 시계탑 종소리와 함께 상하이의 가을을 추억으로 담아두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는 사람 구경만큼 재밌는 것이 없으니 좀 더 북적거리는 와이탄으로 가볼까? 사실 10월의 휴일에 와이탄 거리를 자신의 의지대로 걷기란 불가능하다. 쏟아져 나온 사람들에 떠밀려 다니다가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을 수도 있는 장소다. 이런 와이탄에도 ‘나만의 공간’이 있으니, 바로 2010년에 문을 연 ‘와이탄 미술관(Rockbund Art Museum)’이다. 베이징동루의 골목에 있으며 페닌슐라 호텔 뒤편에 자리 잡은 이곳은 입장권을 보여주면 건네주는 한 잔의 무료 커피로도 유명한 곳이다. 라오상하이의 정취와 멋이 남아 있는 거리에 있는 이 오랜 미술관은 건물도 상당히 멋있다. 1930년대에 지은 독특한 영국식 건물을 2007년 다시 재건축해 지금의 미술관이 되었다.
1층에서 4층까지는 전시 공간으로 쓰이고 5층으로 가면 ‘RAM’이라는 카페가 있다. 입장권을 내밀면 막 내린 향기 좋은 커피를 주는데, 이곳의 백미는 바로 야외 테라스. ‘동방명주’가 보이는 조용한 야외 테라스에서 마시는 진하고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의 매력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다. 보고 또 봐도 아름다운 붉은 벽돌의 라오상하이 거리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방송탑 동방명주와 그 뒤로 보이는 푸른 양푸강까지. 와이탄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루 종일 있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이 야외 테라스에서 사진을 찍거나 노트북으로 열심히 글을 쓰는 이가 있으며, 책을 읽는 이도 있고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는 이도 있다.
그 외에도 상하이에는 카페가 차고 넘친다. 이제 관광 코스가 되어버린 홍팡도 그렇고, 모간산루도 그렇고 오래된 농탕 안의 간판 없는 미술관 옆에도 혼자만 알고 싶은 빈티지한 상하이 스타일의 카페가 많다. 그곳에서 만난 상하이인들은 언제나 그림을 본 뒤 커피를 마신다.
중국인은 평균 2개월 만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게 전부인데, 상하이인은 평균 일주일에 한 잔을 마신단다. 상하이는 중국에서 가장 커피를 많이 마시는 도시다. 1930년대, 상하이가 ‘동방의 파리’로 불리던 그때, 외국인들이 즐겨 찾았던 곳도 커피숍이었다고 한다. 80여 년이 흐른 지금, 커피 향과 함께하는 미술관 투어는 상하이의 10월을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글쓴이 서혜정씨는…
2004년 중국 생활을 시작했고 2007년부터 상하이에 머물고 있다. 상하이의 문화와 명소, 일상을 블로그에 올리며 매거진 해외 통신원, 방송 리포터,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상하이외국어대학교 출판사의 한국어 성우로도 활동 중이다.
<기사 출처 : 우먼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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