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4일 수요일

은퇴 앞둔 강수진 "아쉬움 없다…끝이지만 새로운 시작"


강수진, 은퇴 작 '오네긴' 선택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오른쪽)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오네긴'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2016년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은퇴하는 강수진 단장의 은퇴 작으로 오는 6~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선보인다.
강수진 은퇴작 '오네긴' 무대에 

"어릴 때부터 언제나 늦기 전에 그만두고 싶었어요. 저는 저 자신에 굉장히 만족하고 하는 공연마다 최선을 다 했습니다. 내년이면 거의 쉰 살인데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후회나 아쉬움은 전혀 없습니다."

내년 7월 22일 독일에서 예정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발레리나 강수진(48)은 '강철나비'라는 별명답게 30년 무용인생을 마감하는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도 지극히 담담했다.

그는 내년 정식 은퇴에 앞서 이달 고국에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함께 이 은퇴작을 먼저 선보인다. 한국에서 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다. 

강수진은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대에서 제가 원하는대로 춤출 수 있다고 느낄 때 그만두고 싶었다"며 "당연히 더 할 수 있지만 그건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전에는 은퇴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직을 받아들이면서 은퇴를 생각했습니다. 저는 작품에 대한 존경심이 너무 크고, 저 자신에 대한 존경심도 굉장히 중요해요. 언제나 100% 최고의 수준에서 해야한다고 생각하죠. 특히 관객들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내년이면 은퇴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퇴공연 소감 말하는 강수진
그리고 은퇴작으로 '오네긴'을 직접 선택했다. 

"제게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이것 이외에 더 이상의 작품은 없어요. 1996년 처음 오네긴의 '타티아나' 역을 맡은 순간부터 이 역할과 사랑에 빠졌어요. 어떤 작품은 어느 순간이 되면 이제 그만둬야 한다는 느낌이 들고 실제로 그동안 많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그만뒀죠. 그러나 오네긴은 하면 할수록 더 가볼 수 있는 역할이었어요. 제 스타일에 맞고 저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역이기 때문에 은퇴작으로 선택했습니다."

'오네긴'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대표작이자 강수진을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 중 한명으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1961년부터 12년간 예술감독을 지내며 독일의 지방 발레단에 불과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안무가 존 크랑코의 작품이다.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남자 '오네긴'과 순진한 시골 처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러시아 문호 푸슈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녹턴', '사계'와 같은 차이콥스키의 서정적인 음악을 입혔다. 

1965년 4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초연한 이 작품은 주인공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춤에 섬세하게 담아낸 '20세기 최고의 드라마 발레'로 꼽힌다. 

철부지 시골 처녀가 가슴 깊이 간직한 사랑을 떠나보내며 성숙하고 강인한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얼마큼 섬세하게 표현하느냐가 공연의 성패를 가르는 작품이다. 

강수진 마지막 무대 '오네긴' 기자간담회
한국에서는 2004년 강수진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내한해 선보인 적이 있다. 

강수진은 "발레리나로서 마지막 무대라고 하지만 그날이 돼봐야 어떨지 알 것 같다"며 "사실은 새로운 시작인 느낌도 함께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강수진은 지금 후배 무용수들을 키우고 발레단을 성장시키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발레리나로서 공연 준비와 예술감독으로서 발레단 운영을 병행해야 해 두세 시간씩 눈을 붙이며 쪽잠을 자는 생활의 연속이지만 행복하단다. 

"후배들과 함께 작업하고, 발전하는 후배들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마지막 무대라고 하지만 사실 그 의미를 크게 생각할 시간도 없어요. 또 그 의미라는 것이 크면서도 크지 않은 것은 제게 또 다른 행복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끝이지만 시작이라는 느낌이 벌써 시작되고 있습니다. 은퇴 다음 날도 계속 일하고 있을 테니까요."

공연은 오는 6∼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관람료는 5만∼28만원. 문의 ☎ 1577-5266.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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