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3일 화요일

쓰레기 봉투, 이사해도 쓸 수 있다더니…분통


지난달 서울 강서구에서 강동구로 이사한 30대 주부 김모씨. 김씨는 강서구에서 쓰던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들고 전입지인 강동구 천호2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강서구 종량제 봉투를 강동구에서도 쓸 수 있도록 인증마크를 받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이사 전 쓰던 봉투를 전입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끔 제도 개선을 했다는 뉴스를 환경부 사이트에서 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 발표를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주민센터 측은 "우리는 전혀 모르는 내용인데,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느냐"며 되레 역정을 냈다. 황당해진 김씨가 강동구에 문의하자 구청 관계자는 "그건 환경부에서 우리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라며 "논의 중이지 시행 중인 건 아니다"고 답했다. 김씨는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을 발표해 괜히 헛걸음만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을 이사철이 막바지로 접어들며 김씨처럼 쓰레기 봉투를 들고 지방자치단체(이하 자치단체)를 찾았다가 헛수고를 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 8월 환경부가 발표한 '종량제 시행지침 개선안'이다. 당시 환경부는 쓰레기 종량제 도입 20년을 맞아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했다. 개선안에는 이사를 할 경우 이사 전에 살았던 자치단체의 종량제 봉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입지에서 인증마크를 부착하거나 교환해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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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종량제 도입 20년(2015년 8월 10일)


그러나 현행법에 따르면 쓰레기 처리는 환경부가 아닌, 자치단체의 소관이다. 환경부가 정하는 시행지침은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자치단체는 환경부 지침을 참고해 조례를 만들고 시행한다.

환경부는 지난 8월초 시행지침 개선안을 발표하고, 이를 자치단체 조례에 적용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개선 계획을 8월말까지 받았다. 지금까지 환경부에게 접수된 개선계획은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 중 3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 개선계획을 제출한 곳도 앞으로 적용 여부를 밝혔을 뿐, 모두 조례에 반영하겠다는 건 아니다. 환경부에서 대대적으로 발표한 데 비해, 자치단체에선 관심이 덜한 셈이다. 

현재 전국 자치단체 중 전입지에서 이전 주소지 쓰레기 봉투를 받는 곳은 대구 북구 정도인데, 이마저도 환경부 지침 개선 전에 이미 시행하고 있던 내용이다. 대구 북구 관계자는 "우리는 애초부터 다른 자치단체 쓰레기 봉투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들도 할 말은 있다. 종량제 봉투는 자치단체의 수입-지출과 연관되는 부분인데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불만이다. 자치단체에서 이전 주소지 쓰레기 봉투를 받으면, 수입은 없이 지출만 잡힌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 우리도 뉴스를 보고 해당 내용을 알았을 정도"라며 "당장 시행할 계획은 없고 그런 제도가 가능하다는 점을 참고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입자는 어차피 해당 자치단체 쪽으로 세금을 내니 쓰레기 봉투 일부를 받는 정도는 양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며 "우리로선 강제성이 없으니 참여를 독려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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