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그 많던 'Mr.존' 다 어디로 갔을까

- ‘어륀지’ 열풍 시들…원어민강사 감소로 이어져
- 고임금ㆍ높은 범죄율ㆍ국내파 실력 향상 등도 이유…일선 학교서도 “안 쓰는 추세”
“미국에서 ‘오렌지’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들었는데, ‘어륀지’라고 하니까 알아들었어요.”
지난 2008년 이경숙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어륀지 발언’은 전국에 영어몰입교육을 촉발시킨 주요 원인이 됐다.
여기에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 ‘미녀들의 수다’는 외국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호기심과 친근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이 같은 다양한 조건들이 맞물리면서 대한민국에는 ‘원어민 강사’ 열풍이 불었다.
일반 사교육 시장은 물론이고 전국 초등학교까지 너도나도 원어민 강사를 찾았다.
2010년 전국의 원어민 강사는 2만3317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어공화국’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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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어떨까. 그 많던 원어민 강사는 10여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일선 초ㆍ중ㆍ고등학교 역시 원어민 강사와 계약이 해지되고 나면 다시 채용하지 않는 추세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9월말 현재 전국에 체류하고 있는 원어민 강사(E-2 비자 보유)는 1만656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7년 1만7000명을 넘어선 이후 8년만에 1만6000명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지난 2013년(2만30명)과 2014년(1만7949)에 이어 해마다 내려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원어민 강사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수요 감소’다. 국내 최대 원어민 영어강의 체인인 청담어학원의 경우 지난 2009년 학생 수가 4만8000여명이었으나 올해 초에는 2만6000여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어학원, SDA삼육어학원 등 다른 원어민 영어학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요 원인은 정부의 교육정책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회화능력 중심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도입은 사실상 무산됐다. 
대신 난이도가 부쩍 낮아진 ‘물수능’ 논란이 본격화하고, 외국어고 입시까지 내신 위주로 재편되면서 영어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여기에 온라인 강의나 토익 시장 등이 성장한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공급자인 학교나 학원 측에서도 원어민 강사에 대한 선호가 부쩍 줄어들었다. 일단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일선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초등학교 원어민 강사의 경우 월 300만원 정도의 급여에 숙식까지 따로 제공된다. 
또한 외국 국적 연예인들이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 자주 출연하면서 이들에 대한 호기심도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학원에서도 환율 악화로 인건비 등에서 적지 않은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중견교사는 “처음엔 아이들이 원어민 강사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지만 교육 효율성 면에서 비용 대비 큰 효과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국내 교사들도 영어 실력파들이 늘어나고 최근에는 외국인 강사들이 범죄 소식이 알려지면서 꺼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영어 열풍’이 시들해지는 것을 계기로 과도한 영어 교육에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영어 사교육비는 연간 6조1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사교육 시장의 3분의 1 규모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당신의 영어는 왜 실패하는가’ 저서에서 “영어가 실제로 어떤 영역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은 채 근거 없는 부풀리기, 불안, 상급학교 진학 열기, 영어교육의 상업화 등으로 영어열풍이 촉발됐다”며 “영어 능력이 정말로 필요한 기업과 대학 관련학과 중심으로 인재를 길러내는 등 ‘매크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사 출처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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