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7일 월요일

인민일보에 등장한 ‘중국 경제 붕괴론’


지난 10월 23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앙당교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photo 신화·뉴시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2월 2일자는 두 가지의 대담한 논평을 실어놓았다. 하나는 7면에 실린 “중국 경제 붕괴론은 황당무계한 담론”이고, 다른 하나는 “인민일보의 종소리: 개방과 윈윈(win-win)”이다. ‘인민일보의 종소리’는 중국 런민비(人民弊·인민폐·元貨)가 지난 11월 30일 IMF(국제통화기금)의 SDR(특별인출권) 통화바스켓을 구성하는 5대 화폐의 하나로 지정된 데 대한 중국의 다짐을 담은 논평이다. IMF는 미국 워싱턴 본부에서 이사회를 열어 중국 위안화의 SDR 통화바스켓(기반통화) 편입을 결정했으며, 위안화의 SDR 편입 비율은 10.92%로, 미국 달러(41.73%), 유로화(30.93%)에 이어 세 번째다. SDR 통화바스켓을 구성하는 다른 두 가지 화폐는 일본 엔화(圓貨)와 영국 파운드이고, 중국 위안화의 통화바스켓 정식 편입 시점은 내년 10월 1일이다.

이전의 인민일보라면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을 “중국 경제 붕괴론…”은 지난 3분기 중국 경제가 성장률 6.9%를 기록해서 개혁개방 30여년 만에 최저 수치를 보여준 데 대한 이유와 배경을 설명해 놓았다. 1978년 12월에 열린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회)에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당론으로 채택함으로써 당시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이끄는 개혁개방의 시대로 들어선 지 37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국 경제 붕괴론’ 운운은 실제 상황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10년 전인 2005년 가을에 열린 제17기 5중전회에서 “양적(量的) 성장보다는 질적(質的) 성장을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包容性 增長·InclusiveGrowth)’을 하기로 한 중국공산당의 결정에 따라 7.0~7.5%의 성장목표를 설정한 데 따른 것”이라는 논리를 담고 있다. 또한 시진핑(習近平)이 당 총서기로 선출된 2012년 11월의 당 대회 결정에 따라 중국 경제가 과거 10% 이상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던 시대를 벗어나 한 자릿수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의 시대로 접어든 데 따른 것일 뿐, 중국 경제 붕괴 운운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중국 경제 붕괴론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논평을 쓴 중국 사회과학원 중국 특색 사회주의 이론체계 연구센터 황쥔후이(黃群慧) 연구원은 중국 경제 붕괴론이 황당무계하다는 근거로 중국이 이미 공업화의 단계를 지나 ‘재(再)공업화’의 과정을 지나고 있으며, 중국의 제조업 생산이 전 세계 제조업 생산의 20.8%를 차지해서 연속으로 4년째 세계 1위 공업대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 세계가 지켜본 것처럼 중국은 2012년 3월에서 2016년 2월까지 추진한 제12차 경제발전 5개년 계획(12·5플랜)에 따라 7.0~7.5%의 성장률을 유지해 왔고, 그 기간 중에 달 탐사선 ‘창어(姮娥·항아)’를 달 표면에 착륙시켰고, 해저 5000m의 심해에 잠수정 ‘자오룽(蛟龍·교룡)’의 잠수를 성공시켰으며, 중국대륙을 종횡으로 연결하는 ‘4종4횡’의 고속철도망을 깐 데다가, 수퍼컴퓨터 ‘천하(天河)2호’와 중국산 대형 여객기 ‘C919’의 제작에 성공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황쥔후이 연구원은 또 중국은 이미 농업대국을 벗어나 공업대국으로 변신했으며 현재 220가지의 공산품 생산량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 10월 말에 개최한 중국공산당 18기 5중전회의 결정에 따라 “2025년까지는 공업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서겠다”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中國製造 2025)’ 플랜을 내년 봄 3월부터 추진한다는 야심에 찬 계획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쥔후이는 또 중국 정부가 이미 추진 중인 베이징(北京), 톈진(天津)을 메갈로폴리스로 연결하는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와 뉴실크로드 건설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플랜도 잘 지켜보라고 권고했다.

중국 런민비에는 500위안(元)에서 1위안짜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종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의 아버지인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마오는 진(秦)에서 청(淸) 왕조에 이르는 2300년 동안 유지되어온 사대부 중심의 부르주아(bourgeois)적 사회경제 구조를 무너뜨리고 농민과 무산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 사회경제 구조를 구축하려다가 중국 경제를 세계 최빈국(最貧國)의 나락에 빠뜨린 사람이다. 그런 마오의 초상화가 그려진 런민비가 전 세계 자본주의 경제 구조의 중심축인 IMF의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인민일보의 주장처럼 ‘세계사에 기록될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지난 37년간의 개혁개방 시대에 전 세계에서 아무도 써주지 않는 가운데 런민비와 FEC(외화교환권)가 공존하는 화폐의 2중 구조에서 화폐를 런민비로 단일화하는 작업에 성공했다. 2001년에는 베이징 중심부의 천안문광장에 모인 베이징 시민들이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축하하는 불꽃놀이를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스토리로 기록했다. 2010년에는 GDP 규모로 일본을 앞질러 세계 2위로 올라선 데 이어, 1~2년 안에 적어도 덩치로는 미국 경제를 앞지른다는 전망에 중국인들은 가슴이 부풀어 있다.

중국의 런민비는 이미 홍콩과 마카오는 물론 평양에서도 인기 있는 통용 화폐가 되어 있고,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면세점에도 타이완달러(臺幣)와 런민비의 두 가지 가격이 동시에 표시돼 있는 세상이 됐다. 이제 내년 10월부터 런민비가 SDR 통화바스켓에 공식적으로 들어가면 런민비는 서울의 웬만한 거리에서도 통용될 전망이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이미 넘쳐나기 시작한 중국 관광객들이 우리 화폐에 그려진 두 분의 유교 철학자와 한 분의 조선왕조 임금님 초상화와 자기네 런민비에 그려진 마오쩌둥의 얼굴 그림을 놓고 화제로 삼을 시간이 머지않았을지도 모른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은 생전에 “나는 한번 온 길을 되돌아가지는 않는다”는 말로 중국의 경제개혁이 후퇴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임을 자신의 후임 지도자들에게 당부했다. 중국 화폐가 SDR 통화바스켓의 하나가 되는 것을 계기로 중국 경제를 회의적인 눈으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일부의 시각도 교정됐으면 한다. 인민일보는 런민비의 ‘입람(入藍·통화바스켓에 들어감)’은 “중국의 흔들림 없는 경제 개혁이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의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기사 출처 :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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