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7일 목요일

새 車인줄 알았더니…‘불량’ 그랜저 논란


HG그랜저.

경기 분당에 사는 직장인 ㄱ씨(39)는 최근 집 근처 카센터를 들렀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ㄱ씨가 카센터를 찾은 이유는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HG그랜저 차량의 뒷범퍼에 생긴 긁힘 때문이었다. 그러나 평소 알고 지내던 카센터 직원은 범퍼가 아닌 운전석 도어를 가리키며 “판금과 도색은 언제 했느냐”고 물었다. 오래 전에 운전석 도어가 판금이 다시 되고 재도색돼 색깔이 바래져 있다는 것이다.

ㄱ씨는 잔고장으로 카센터를 몇 번 찾은 적은 있으나 문짝을 판금하고 도색한 일은 없었다. 자세히 훑어보니 운전석 도어 쪽과 다른 쪽의 색깔이 미세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ㄱ씨는 “집에 있을 때도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정비업소도 한 곳만 정해 갈 정도로 평소 차량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새 차인 줄 알고 타고 다녔는데 어느 날 하자가 있는 차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출시된 신차가 재판금과 재도색이 돼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 차’ 인줄 알았던 차가 사실은 한번 수리를 받은, 하자 있는 차였다는 얘기다. 수입차들은 부식이나 칠 벗겨짐 등 결함이 발생해도 원산지 공장까지 다시 보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 때는 고객에게 결함 사실을 알리고 보상을 해준다. 하지만 공장이 국내에 있는 국산차에서 수리를 받은 ‘새 차’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파는 경우는 드물다. 

2011년 3월 HG그랜저(3700만원)를 구입한 ㄱ씨는 3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의 차량이 중간에 다시 판금·도색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현대차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오래 전 일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해명을 듣지 못했다.

ㄱ씨는 “차가 출고될 당시에는 이미 재도색을 한 상태여서 전문가도 구별할 수 없었다”면서 “3년이 지난 후 색이 살짝 바래지면서 하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차량을 판매한 영업사원도, 현대차의 콜센터도, 심지어는 차량을 구입한 지점의 지점장까지도 한결같이 ‘그럴 리가 없다’ ‘그런 사항들은 입증할 수 없다’는 등의 말들만 하고 있다”며 “출고 당시 공장이나 차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면 차량 탁송과정에서 생긴 문제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측은 “공장에서 출고된 제품이 하자가 있는 상태에서 고객에게 인도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지는 못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ㄱ씨의 차는 2011년 3월27일 공장에서 출고된 후 차량을 보관하고 최종 점검하는 인천의 PDI(차량물류센터·Pre-delivery Inspection)센터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이튿날 아침 수원의 해당 영업점으로 차량을 옮긴 후 영업점 직원을 통해 오전 중에 ㄱ씨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장 출고 과정에서 품질상태를 철저하게 점검하지만 PDI센터에서도 흠집이나 부식, 칠 벗겨짐 등을 점검해 결함이 발견되면 공장으로 다시 돌려보낸다”며 “판금과 도색이 다시 된 상태의 차라면 공장이나 PDI센터에서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고 걸러질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ㄱ씨에게 차량을 직접 전달한 영업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당일 오전 중에 ㄱ씨에 차량을 전달했으며 아무런 하자없이 정상적으로 차량을 인수했다는 인수증을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3년이 지난 시점에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된 데 대해 “1~2개월 사이에 벌어진 문제도 아니고 해서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ㄱ씨 차량의 판금과 도색이 다시 된 사실은 확인됐다. 다만, 영업직원이 ㄱ씨에게 차량을 전달한 시간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당일 오전에 ㄱ씨를 만나 차를 전달했다는 주장인 반면 ㄱ씨는 당일 오후 7시를 넘겨 차량을 인도받았다는 것이다. ㄱ씨는 “현대차로부터 연락을 받고 당일 저녁 퇴근 이후에 영업직원을 만나 인도받은 후 차를 직접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차주인 ㄱ씨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ㄱ씨의 주장이 사실이고 현대차의 해명처럼 생산관리가 철저한 공장이나 차량물류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운송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ㄱ씨는 “어떤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도 하자있는 차량을 전달받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대차 측에 책임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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