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5일 토요일

마음만 먹으면 나도 경찰관!…관리 '구멍'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방치돼 있는 경찰 제복과 장비들. © News1

시위진압용 방패까지 '방치', 도난 위험

인터넷서 버젓이…클릭 한 번이면 '배달'

법안은 '낮잠' 중 "법규 시급히 마련해야"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해 5월 A(42)씨는 인천 숭의동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가스총을 들이대며 경찰관을 사칭해 업주 B(50)씨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33만원을 빼앗았다.

같은해 10월 대구 달성군에서는 C(35)씨 등 2명이 쇼핑몰에서 구입한 수갑으로 불법체류자 D(24·여)씨 등 8명을 협박해 300여만원을 갈취했다. 

이처럼 경찰사칭 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경찰서에는 경찰제복과 장비가 방치돼 있어 도난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경찰장비가 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어 관련입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위진압용 방패까지 '방치', 도난 위험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경찰서의 한 건물 1층에는 TV 등 가전제품과 함께 시위진압용 방패 10여개가 늘어서 있었고 지하 1층에는 새 제복이 박스째 쌓여 있었다. 

이 건물은 외부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이 열려 있었지만 출입구를 지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 1층에는 폐쇄회로(CC)TV도 없어 경찰제복을 가방에 넣은 채 경찰서를 빠져나가면 아무도 알아챌 수 없는 구조였다.

또다른 건물 지하 1층 피복수거함에는 경찰모부터 각종 제복이 쌓여 넘치고 있었지만 CCTV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근무나 행사 때 당장 입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옷 상태도 좋았다.

같은 건물 5층에 위치한 의경 생활실에도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운 상황이라 신발장 안 구두나 세탁실에 방치된 피복류 등에 대한 도난 가능성이 있었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부실한 장비관리 실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현직 경찰모임인 무궁화클럽의 전경수 회장은 "외부에서 불법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관리 매뉴얼에 따른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장비관리규칙'에 따르면 경찰장비는 도난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서 안에 설치된 보관시설에 집중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신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시위진압용 방패는 경찰서장의 책임 하에 매주 1회 이상 담당경찰관의 특별관리를 받게 돼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위진압용 방패 등 경찰장비들. © News1

◇인터넷서 버젓이…클릭 한 번이면 '배달'

인터넷에서도 경찰장비를 판매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경찰용품 전용 쇼핑몰을 자처하는 곳도 있다. 

호신용품이라는 이름으로 경찰장비를 판매하기도 하는데 판매물품은 수갑부터 방탄복, 교통지시봉, 무전기, 시위진압용 방패 등까지 다양하다.

경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패는 한 사이트에서 '경찰', 'POLICE' 등 글자가 찍힌 그대로 크기와 성능에 따라 8만~2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찰'이 찍힌 방검복은 11만원, 2~4단봉은 3만2000~9만원, 수갑은 4만5000~8만원 등에 판매되고 있다. 

이 사이트 관계자는 "경찰마크가 찍힌 것도 무리없이 판매되고 있다"며 "회원 가입을 안해도 일반 쇼핑몰처럼 돈만 보내면 이틀 안에 물품이 배송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경찰장비를 제조·판매하는 행위를 막지 못하고 있다. 근거 법령이 없어 단속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행세를 하는 등 불법사용 시에는 형법 등 현행법규로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 '낮잠' 중, "법규 시급히 마련해야"

2012년 8월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찰제복 및 경찰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은 1년이 넘게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일반인에게 경찰(유사) 제복·장비를 판매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 일반인이 경찰복을 착용할 경우 6개월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해진다. 

경찰청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지난 1999년부터 경찰장비의 소지·판매 행위를 처벌하는 법규제정을 검토한 바 있지만 현재는 보류된 상태다.

교도소, 검찰, 용역업체, 공사현장 등에서도 경찰장비가 사용되고 있어 단속규정 제정으로 인한 법집행의 실효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또 시민들이 각종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검장갑 등 각종 호신용 장비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단속할 경우 시민의 범죄자구책 강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안 의원은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짝퉁 제복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심지어 발품을 팔면 경찰신분증까지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사칭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일반인이 경찰제복을 손쉽게 구해 범죄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도 "민간인에게 군복을 팔지 못하도록 한 것처럼 경찰제복과 장비에 대한 판매금지 법규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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