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0일 목요일

"중국인이 제주도 땅을 카드로 산다고?"



빨간 동백과 노란 유채꽃 그리고 파란 바다. 네, 제주도입니다.

휴가로지난주 토요일, 제주행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착륙 전 비행기에서 제주도를 바라보다, 얼마 전 만난 한 취재원의 말이 불연듯 떠오르더군요.

"제주도에 문상을 다녀왔는데, '중국인들이 제주도 땅을 카드로 산다'고 그러더라고. 얼마나 돈들이 많으면..."

12억 인구 중에 돈 많은 사람이 한둘이겠습니까? 1% 상류층 수만 1200만명, 서울시인구보다 많습니다. 궁금한 건 중국인이 이렇게 쉽게"카드로 땅을 사는 게 가능한가" 여부였습니다.

◇ "신용카드로 땅까지살 수 있을까?"

호기심에가능한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중국인 A씨가 부동산 중개업소를 사이에 두고 한국인 B씨의 땅을 사는 겁니다. 부동산에서 신용카드 결제 후매출액을 나중에 한국인이 돌려받는 거지요.가맹점수수료는중국인 A씨가 부담하고요.

하지만 이는여전법 위반입니다. 카드 가맹점인 부동산이 자기 물건도 아닌 타인 땅을 갖고 거래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의 몇몇 부동산에중국인이 이렇게 땅을 샀는지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 "처음 들어본다", "가능하겠냐?"는 반응이었습니다.


또불법적인 방법으로 이렇게 땅을 사느니현금으로사는 게 수수료 부담도 없고뒤탈도 없겠다는생각이 들었습니다.

◇ 2년새 중국인 토지 매입 40배로 늘어

그럼 어쩌다 "중국인이 카드로 제주도 땅을 산다"는 얘기가 나왔을까요?

먼저 중국인들이 제주도 땅을 많이 사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2010년말 5만㎡(1만5천 평)도 안되던 중국인 토지매입은 2012년말 192만㎡(58만평)으로 거의 40배나 늘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개발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기업이 매입한 토지들로, 개인들이 카드로 산 땅은아닙니다.

좀 더 알아본 결과 중국인들이카드로 사는 건 '제주도 땅'이 아니라콘도나 리조트 분양권 이었습니다.

4년 전도입된 '투자이민제'로제주도에 5억원 이상 콘도, 리조트 등을살 경우외국인에게 영주권이 주어집니다. 최근 유명관광지마다 중국기업들이 고급 콘도나 헬스케어센터를 짓기 시작해 분양권을 파는데 그걸 카드로 산다는 겁니다. 한 부동산 업자는 "건설 중인 콘도만 보더니마음에 든다며 그 자리에서 계약금으로 5천 만원을 결제한 중국인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잔금 4억 5천만원도 나중에 카드로 결제했을테니 신용카드 한도가 5억이나 될까요?중국인들은 대부분 체크카드를 씁니다. 한도는 계좌 잔액만큼으로 사실상 제한이 없습니다.

우리는 체크카드 결제시1회 한도가 600만원이에 불과하고,해외에서 500만원 이상카드를 쓰면'탈세를 의심해추적하겠다'는 엄포까지 듣는데, 중국 카드는 사용한도가 없다니 이상한 일이지요. 몇몇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미국 달러에 맞서는 기축통화로 위안화를 키우기 위해 해외 사용한도를 없앤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주로 쓰는 카드는 'UnionPay'마크가 찍힌 은련카드입니다. 국내에서는 BC카드가 결제망 대행을 하면서 수수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은련카드는 얼마 전 한국 사무소를 법인으로 격상시키기도 했습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다보니뭔가 업그레이된 사업을 구상 중인 것 같습니다.

◇ "투자로 봐야" VS "도움 안 돼"

2012년에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이 처음 100만명을 넘었고 지난 해에는140만명에 이릅니다.'쇠소깍'이나 중문관광단지 등명소 곳곳마다쉽게 중국어를 들을 수 있고중국어 간판을 단 상점도 많아졌습니다. 중국 회사의 이름을 딴 '바오젠(寶健) 거리'도 있는데,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부터 직원 1만명 이상을 '인센티브 관광'차원에서 제주로 보내고 있습니다.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 입구. 상점 절반 이상이 중국어 간판을 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려가 앞섭니다.중국인들이 카드 긁듯손쉽게 제주의 콘도와 리조트를 사들이는 마당에'제주도가중국인에게잠식 당할지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현지분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먼저 '투자로 봐달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5년 전 수원시에서 내려와 제주시 함덕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김 모 씨는 "중국이든 어디든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 도민 일자리도 생기고 반길 일이 아니냐?"며 "한국 기업들은 손을 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 마당에 중국 기업이 투자를 한다고 다르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남진 제주특별자치도 투자유치전문관은 "서울 명동 상점과 백화점에서는 '요우커(遊客, 중국 관광객)를 잡아라'며 호들갑인데 제주도에 거액을 투자하는 중국인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다"며 "중국자본의 급속한 토지 잠식현상이 일어날 정도로제주도가방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걱정도 많습니다.

제주 귀농 5년째가 되는박 모 씨는 "중국인 투자로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해도공사장 인부 같은 헛드레일 아니냐?"며 "최근에는 이마저 중국말과 한국말을 둘 다 할 줄 아는조선족들을더 많이 고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태생인 택시기사 정지홍 씨는"높은 건물이 없어 시야가 탁 트인 느낌을 주는 게 제주의 매력인데, 중국인들이 건물을 너무 크고 높게짓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앞으로도중국인의 제주도 투자를 놓고'도움이 된다 안된다' 논란은 계속 될 듯 합니다.과도한 투자로 제주도가 몸살을 앓을지, 제주도의 일자리와 부(富)를 늘리는투자가 될 지 계속 지켜볼 일입니다.
<기사 출처 : SBS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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