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5일 화요일

못믿을 뻥Car… 소비자는 진짜 ‘공인된 연비’ 원한다

국내 연비제도에 대한 진실
‘제 차의 실제 연비는 ××.×㎞/ℓ입니다.’ 신차가 출시되면 스스로 측정한 체감연비에 대한 글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대부분 국가 공인연비에 못미치는데 그 격차가 클 경우 이내 ‘뻥연비’ 논란으로 확산한다. 현대·기아차가 몇년 전 북미에서 연비 표시와 관련한 실수를 인정하고 소비자에게 거액을 보상하기로 한 이후 공인연비를 불신하는 경향이 커졌고, 급기야 국내 연비 측정 및 관리 제도가 2년 전 변경됐다. 기름 값이 오를수록 소비자들이 연비를 차량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따지는 데다 국가가 차량 연비를 너무 느슨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요즘엔 공인연비 유관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간의 알력도 상당하다. 국무총리실 중재로 6월 안에 드러날 양 기관의 통합 연비관리 방안이 주목되지만, 두 기관의 공인연비가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연비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소비자는 정말로 ‘공인된’ 연비를 바랄뿐, 어느 기관이 국내 연비제도를 주도할지 여부는 관심밖이다.


◆사계절 뚜렷한 주행환경 반영한 지 고작 2년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비제도는 2012년 3월에야 도심 주행모드 연비표시 방식인 ‘CVS-75모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1975년 미국 로스앤젤리스의 주행상황을 기준으로 만든 연비 측정 방식이다보니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차량 운행환경(에어컨이나 히터 사용 여부 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런 ‘오래된’ 방식이 2년 전까지 쓰였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연비제도가 너무 업체 중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젠 시내, 고속도로, 고속·급가속, 에어컨 가동, 외부 저온조건 주행 등 5가지 실주행 여건을 반영해 도심·고속도로·복합연비 등 세 가지 모드를 표시하는 ‘5사이클 보정식’ 방식으로 강화됐다. 

특히, 차량 연비 등급을 나누는 기준인 복합연비는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에 각각 55%, 45%의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된다.

새 제도 도입 당시 30개 차량을 점검해보니 기존의 측정 연비는 평균 21.2%가량이나 줄었다. 소비자로선 20%가량 기름을 도둑맞은 듯한 기분이었을 텐데, 그만큼 국가가 공인한 연비가 거짓이었던 셈이다. 당초 2012년 신차부터 복합연비를 도입했고 기존 출시 차량으로까지 전면 시행한 건 고작 지난해부터다.

◆그래도 모자란 연비… “공인연비도 최대 9.4% 부풀려질 가능성”

연비제도가 바뀌면서 수입차의 공인연비 불만은 눈에 띄게 줄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그 무렵 연비가 우수한 디젤차량이 대거 유입됐는데, 해외 업체들이 연비와 배출가스를 신경쓰면서 엔진 배기량을 낮추는 등 본격적으로 차량을 개선하기 시작한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반면 국산차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박하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박용성 박사는 “사후검증 시스템상 업체가 자기검증한 연비와 시험기관의 측정연비 차가 5% 이상이어야 문제가 되고 수정을 거친다”며 “여기다 연비측정의 잣대인 연료별 탄화수소(HC) 함량이 줄어든 게 반영되지 않아서 평균 연비가 3.5∼4.4% 높게 측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연비는 배출가스 중 연료 개념인 탄소를 포함한 탄화수소·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이용해 계산하는데, 휘발유와 경유의 탄화수소 함량이 줄어든 만큼 보정해야 정확한 연비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 휘발유 1ℓ당 탄화수소 함량은 기존 640g에서 613g으로 줄어들어서 연비가 기존보다 4.4% 하향조정되야 하고, 경유는 734g에서 709g으로 줄면서 3.5% 낮춰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자기검증 연비 허용오차 5%와 연료별 탄화수소 함량 축소 반영분(3.5∼4.4%)을 감안하면, 공인연비라고 해도 최대 8.5∼9.4%가량 부풀려질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자기검증 연비가 공인 연비보다 낮게 평가된 경우도 있지만 국산차는 연비를 부풀리는 경우가 아직 많다”고 말했다. 국산차 업체들이 연비를 높게 관리한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다음주에 자기인증적합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현대차 싼타페(위쪽)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이번 재조사에서도 허용 오차범위(5%)를 넘어선 것으로 결론 나면 보상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가 쥔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의 운명

최근 업계 시선은 국토부와 산업부에 쏠린다. 특히 이르면 다음주 국토부가 발표할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에 대한 자기인증 적합조사 결과가 관심이다. 지난해 하반기 13개 차종 적합조사에서 두 차종이 허용 오차범위(5%)를 넘어서면서 재조사가 이뤄졌다. 앞서 산업부 조사에서는 연비 차이가 오차범위 안이라서 문제 삼지 않았는데, 두 기관이 다른 연비를 제시한 배경이 논란이 됐다. 두 차종의 연비가 부풀려진 것으로 확정되면 북미에서 이뤄진 보상 절차가 그대로 진행될 공산도 있다.

앞으로 국토부와 산업부 간 ‘연비 이견’을 줄이는 방안도 주목된다. 두 기관 모두 연비 적합조사 기관을 따로 두고 있는데, 업계로선 이중규제로 비칠 여지도 있다. 권석창 국토부 자동차정책기획단장은 “양 기관의 연비기준은 90%는 같은데 10%가 다르다”며 “산업부와 연비기준 통일화를 논의 중이고 6월 공동기준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 사항은 더 있다. 국토부의 경우 신차가 나오면 6대를 구입해 검증하는데 지난해 17개 차종 검증에 배정된 예산은 40억원. 예산 부족으로 매년 사후검증할 수 있는 차량 수가 턱없이 적다는 지적이다. 

이는 산업부도 마찬가지다. 여기다 실제 주행시 자동차가 받는 공기나 도로의 마찰저항 등도 반영돼야 공인연비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사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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