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6일 일요일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 순천, 갯벌로 날아오르다

'생태관광 도시' 순천
- 市 먹여살리는 순천만
잦은 범람으로 없애려던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되며 명소로
한해 관광객 300만명 몰려 경제 유발 효과 1000억 넘어
- 내일 '순천만 국가정원' 선포
총 자산가치 1조97억원 달해 국제정원박람회 후 전국서 각광
골목길에 '도심 속 정원'도 확대… 조경·화훼 산업 등 본격 육성
1990년대 초까지 순천만(順天灣)은 서남해안의 흔한 갯벌 중 한 곳이었다. 여기를 배경으로 한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霧津紀行)'의 무진은 안개 낀 나루란 뜻. 갯벌과 안개가 순천만의 전부였다. 잦은 홍수가 문제였다. 여름철 폭우 때면 순천 도심을 관통해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이 하구에서 범람했다. 순천만 입구 주변 드넓은 들녘이 물에 잠겼다. 농민들은 "갯벌을 훼손하더라도 하천 정비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순천시는 1993년부터 홍수 예방을 명분으로 순천만 어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진 갯벌을 퍼내고 바람에 서걱대는 갈대밭을 제거하려 했다. 반발한 지역 시민단체는 1996년 현장 조사를 통해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를 세상에 알렸다. 그제야 순천만은 파괴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순천만정원,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 되다
하구 정비 사태 20여년이 흐른 순천만 초입 대대포구. 이곳에서 상류로 5.8㎞ 떨어져 있는 순천만정원이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으로 거듭난다. 순천만정원은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던 곳 111만㎡다. 순천시와 산림청은 5일 정원 잔디마당에서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순천만 국가정원' 선포식을 연다. 시는 국가정원 지정을 기념해 오는 6~11일 입장료를 50% 할인한다.
순천만 용산에서 굽어본 ‘S자 물길’이 노을에 붉게 물들고 있다. 이 물길 주변 3.02㎢는 2008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지역으로 지정돼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보호받고 있다. 한 작가는 “순천만은 계절이나 때를 가리지 않고 아름다운 경관을 그려내는 천상의 화판”이라고 말했다. /순천시 제공
애초 정원은 법률적 개념으로 정립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정부는 순천만정원을 국가정원으로 관리하기 위해 '맞춤형' 수목원법 개정을 추진했다. 수목원·정원법은 작년 12월 개정됐고 지난 7월 시행됐다. 이 법은 정원의 운영 주체에 따라 국가·지방·민간·공동체 정원으로 구분한다. 국가정원은 이 법에 따라 정원 전문가 양성과 정원 운영·관리비 등을 국비로 지원받는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경우 한 해 107억원(시비)의 운영·관리비 중 33억원 이상 관리비를 국비로 받는다. 이형금 시 홍보계장은 "국가정원이라고 해서 국가가 정원을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며 "시가 종전대로 운영·관리한다"고 했다.
2003년 순천만 관광객은 10만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그해 순천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전국 사진가와 환경 전문가가 몰려들면서 얻은 성과였다. 순천만은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시가 순천만 생태 관광화에 나서면서 탐방객이 급증했다. 시는 갈대밭 목제 데크로 유명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을 2004년 11월 개장했다. 2010년 탐방객은 300만명에 육박했다. 순천은 국내 대표 생태관광 도시로 도약했다.
순천은 재정자립도가 19%에 불과하다. 제거 대상이던 순천만은 이런 열악한 순천을 먹여 살린다. 한 해 300만 관광객이 몰리면서 순천만 브랜드로 인한 지역경제 유발 효과는 1000억원이 넘었다. 2010년 조사된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순천만 자체의 생태적 가치를 제외한 생태관광 가치는 3000억원에 달한다. 시든 갈대 제거 사업에 노인 70여명이 참여해 모두 합쳐 한 해 2억원의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늘어난 관광객 탓에 순천만 훼손이 우려됐다. 탐방객 분산과 무분별한 개발 차단이 필요했다. 순천만 어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2013년 4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년 4월 정원으로 재개장한 이 박람회장이 이번에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것이다. 풍덕·오천동 일대 111만㎡(33만6000평)에 조성된 순천만정원은 순천만을 향해 확장하는 도심 팽창을 차단하는 '생태축' 역할을 한다.
순천만정원의 자산 가치는 치솟았다. 네덜란드·일본·중국 등 10개 국가정원과 국제습지센터, 테마정원 등을 갖춘 정원 곳곳에는 나무 460종 86만주, 초화 420종 400만본이 식재돼 있다. 이기정 시 순천만보전과장은 "순천만정원의 총 자산 가치는 1조97억원에 달해 박람회 당시 총 투입 예산(2455억원)의 4배가 넘었다"고 말했다. 시는 국가정원 지정을 계기로 순천만국가정원과 자연생태공원을 전국 수학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 잡게 하고, 조경·화훼 등 고부가가치 정원 산업을 본격 육성하기로 했다.
순천만은 도시 100년 미래 이끌 신성장 동력
순천(順天)은 지명대로 '하늘에 순응'하는 미래 전략을 짰다. 조충훈 시장은 "하늘이 준 선물인 세계 5대 연안 습지 순천만은 100년 미래를 이끌 순천의 신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시는 2045년까지 '걸어서 5분 거리 정원'을 도심 곳곳에 조성한다. 국가정원 1호 도시에 걸맞게 골목길 정원과 정원 거리 등 '도심 속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시민이 함께 가꾸는 국내 최대의 정원산업 도시, 세계적 습지식물원을 보유한 도시, 머물고 싶은 미래 정원 유산을 갖춘 역사도시로 성장시킨다는 복안이다.
순천은 예부터 인근 여수·광양·고흥·구례 등 전남 동부권 물류와 인재는 물론 섬진강을 통해 경남 하동·진주 쪽 물류를 흡수했다. 수산물은 순천에 집결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걸어서 5분 거리 도서관' 인프라를 구축한 교육·생태 도시 순천은 조계산 도립공원과 조선시대 모습이 보전된 낙안읍성, 승보사찰 송광사, 천년 고찰 선암사 등 다양한 문화재도 보유하고 있다.

순천은 1995년 승주군과 도농 통합해 지금의 순천시로 발족했다. 면적은 서울보다 1.5배 넓다. 순천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벌교 꼬막도 이 순천만 갯벌이 주로 키운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입구 주변엔 짱뚱어탕과 꼬막정식을 파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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