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4일 목요일

청소년에 콘돔은 영원한 판도라의 상자?

법적으로 구매가능 불구 신분증 요구 일쑤
더이상 19禁 통제 불가능…미혼모·낙태등 부작용 사전대책 필요

‘신분증 보여주세요.’

우리나라에서 콘돔을 미성년자가 살 수 있을까. 정답은 ‘살 수 있지만 불편하다’이다.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아직까진 분위기상 청소년이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맘 편히 콘돔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임 허용·성관계 허용’?=현재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물건 고시’상 일반 콘돔에 대해선 청소년에게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청소년이 콘돔을 사는 것이 합법이다. 하지만 실제에선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거나 아예 돌려 보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터넷으로 구입하려 해도 성인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청소년의 콘돔 사용은 우리사회에선 아직 한번도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문제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확산과 개방화되는 성문화 등으로 10대들의 성은 이제 더이상 ‘19금’만으론 통제하기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특히 10대 미혼모와 미성년 낙태 증가, 청소년 성병환자 급증 등 청소년 성문제의 심각도가 이미 임계치에 이르렀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쉬쉬’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성관계 청소년 24%가 임신경험=하지만 그럼에도 통계에 나타난 청소년들의 성 문제는 어떻게든 예방책이 시급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여성가족부가 ‘2012 청소년 유해환경접촉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들의 성관계 경험률은 3.1%를 기록했다. 100명 중 3명 이상이 성인이 되기 전에 성관계를 시작한 것이다.

남학생의 경험률은 4.2%로 여학생(1.7%)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첫 경험 연령은 평균 14.6세로, 대부분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무 등 유사 성행위에 해당하는 성접촉 경험률은 이보다 높은 13.3%로 나타났다. 첫 성관계 경험 대상은 이성친구가 70.4%로 가장 많았고, 합의 여부와 관련해선 ‘서로 원해서’라는 응답이 72.5%를 기록했다.

특히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아 성관계가 임신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성관계를 통해 임신을 하거나 하게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24.1%를 기록, 성관계를 한 청소년 10명 중 3명 가까이가 이에 해당됐다.

2013년 질병관리본부의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청소년 476명 중 절반 이상이 성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자 48.3%, 여자 42.1%만 피임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피임교육시 ‘피치 못할 경우’란 단서조항 붙여야”=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1990년대부터 교내에 콘돔 자판기를 비치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말까지도 순결 교육을 강조했지만, 10대 미혼모가 증가하면서 방향을 틀어 피임 교육으로 대체시켰다. 이는 곧바로 미혼모와 성병 감염자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현숙 탁틴내일 청소년성폭력 상담소 대표는 “어차피 성관계를 하기로 선택한 아이들에게는 피임을 하라고 교육하는게 차라리 나은 상황”이라며 “음란물을 통해서 쾌락 중심적 성만을 배우게 되는 청소년들에게 성관계 전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지 풍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을 제대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에서 피임에 대한 교육은 하되 성관계에 대해 열어준다는 식보단 어쩔 수 없이 하게 될 경우 필요한 예방 방이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현이 ‘아하!서울시립청소년 성문화센터’ 기획부장은 “청소년 성교육은 피임 뿐 아니라 연애와 스킨십, 성적 의사결정과 성관계 상황시 협상방법, 성병 예방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출처 : 코리아헤럴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