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3일 수요일

빚 늘려 집사고 지갑은 닫았다

[실질소득 감소 불구 2분기 가계 잉여자금 24.9조, 금융기관 차입금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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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부동산 밀집 상가에 매물을 알리는 전단이 붙어있다. /사진제공=뉴스1
경기침체에 주택 전·월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민들이 지갑을 닫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가계 금융기관 차입금이 역대 최대규모로 증가했지만 쓰지 않고 남은 잉여자금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2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자금운용-자금조달)는 2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전분기 29조6000억원에 이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잉여자금은 예금이나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개념이다. 잉여자금 규모가 클수록 가계가 돈을 쓰지 않고 쌓아뒀다는 뜻이다.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금융기관 차입금은 37조3000억원으로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분기(12조7000억원)의 3배에 달한다. 

가계운용자금도 61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금융기관으로 돈을 빌린 사람도 늘었고 이 돈을 받은 집주인이 금융기관에 예치한 금액도 동시에 증가한 영향이 컸다. 국토부에 따르면 2분기 부동산거래는 약 32만건으로 분기 최대치다.

부동산거래가 늘수록 자금운용액이 자연스레 늘어난다. 예컨대 금융기관으로뿌터 1억원의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면 1억원이 자금조달 항목에 편재되며, 주택을 판 사람이 금융기관에 예금하면 예금증가로 자금운용액도 1억원 늘어난다.

다만 자금운용 규모가 크게 늘었음에도 잉여금이 1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개인-기업간 신규주택 거래가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영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 차장은 "개인-기업간 신규주택 거래시 이익은 기업으로 편제돼 결과적으로 가계잉여금은 줄어드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동산거래 증가로 가계대출이 급증했지만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어 소비여력은 악화됐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대비 0.1% 감소했다. 국민소득 감소는 2010년 4분기(-1.9%) 이후 4년반 만에 처음이다. 

2분기 총저축률은 35.3%로 전기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저축률이 1분기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 1분기 저축률이 1998년 3분기(37.2%) 이후 17년만에 최대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팀 차장은 "총저축률 증가는 가계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를 늘리지 않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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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폐업 사례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점포가 대형 폐업 현수막을 걸어 놓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최근 가계대출 상승세는 주택 전·월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대출금으로 전세값 상승분을 돌려막거나 아예 집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자영업자 생계자금 대출이 증가한 영향도 컸다는 평가다. 실제로 자영업자 대출은 2012년 197조원 수준에서 2014년 237조원으로 3년간 약 20% 증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가계대출과 유사한 개인사업자 대출이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어려운 경기여건을 고려하면 이 가운데 상당액이 생계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경제가 위험에 빠진다면 대외리스크보다는 가계부채, 자영업자 부채에 따른 내부의 문제로 파생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금리인상 이후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해 지금까지 나온 것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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