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6일 토요일

위험천만 한국, 메르스 3차 감염 발생도 은폐했다


국민일보 DB
보건 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초기에 첫 ‘3차 감염’ 환자가 발생한 사실을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1번 환자에 의한 평택성모병원 내부 감염’으로 상황을 규정했던 당국이 이 틀에서 벗어난 환자를 은폐,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이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3차 감염이 확인된 후에야 뒤늦게 환자명단에 추가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5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메르스 대응조치 일일상황보고’(5월29일~7월31일 총 129건)에 따르면 당국은 5월 30일 오전 5시 현재 메르스 환자를 14명으로 파악하고도 이날 브리핑에선 13명만 공개했다. 1명을 고의적으로 빠뜨렸다는 얘기다.

빼놓은 환자는 54세 여성 L씨(6월17일 사망)였다. 5월 30일 오후 3시 작성된 상황보고서에 L씨는 ‘5월 19일 평택성모병원 동일 병동에 입원한 특이 케이스로 재검사 결과 확진’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L씨가 사실상 국내 첫 3차 감염자였음을 뜻한다. 1번 환자(68)는 L씨가 입원하기 전인 5월 15~17일 평택성모병원에 머물렀다. 1번 환자가 퇴원하고 이틀 뒤 입원한 L씨가 1번 환자에게서 감염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국은 그러나 L씨를 1주일이나 지난 6월 6일 42번째 환자로 공개했다. 다른 곳에서 3차 감염자가 발생한 뒤였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L씨는 메르스와 다른 감염병의 경계선에 있다는 논란이 있어 늦게 환자로 분류했다”고 해명했다.

상황보고서에는 당국이 사태를 ‘평택성모병원 내부 감염’으로 한정지으려 애쓴 흔적도 있다. 6월 2일 보고서에 “메르스가 일정 공간 안에서 발생한 2차 감염이라는 점에 관한 가설을 설정하라”는 지시가 발견된다. 안 의원은 지난 21일 메르스 국감에서 “국민을 사실상 속이는 쓸데없는 지시를 한 문형표 전 장관이 국감장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첫 3차 감염자 어떻게 숨겨졌나, 격리자 관리 구멍 드러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초기 여론의 관심은 ‘1번 환자에게 감염된 환자에 의한 3차 감염이 있느냐’였다. 확산 추이를 가늠할 잣대였고, 보건 당국은 한동안 이 가능성을 낮게 봤다. 지난 6월 2일 3차 감염이 공식 확인되기 하루 전까지도 “아직 3차 감염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5월 말 정부의 메르스 대응 일일상황보고서는 당국이 이미 3차 감염자를 파악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첫 3차 감염자 어떻게 숨겨졌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5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메르스 대응조치 일일상황보고’를 보면 보건 당국은 5월 29일 L씨(54·여·6월17일 사망)의 메르스 확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튿날 작성된 상황보고서 두 건의 환자명단 표에는 L씨가 14번째 환자로 기록됐다.

상황보고서는 L씨를 ‘특이한 케이스’로 명시했다. 1번 환자(68)가 5월 17일 평택성모병원에서 퇴원하고 이틀이 지난 19일 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다. 이는 L씨가 1번 환자가 아닌 다른 환자에게서 병이 옮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즉 3차 감염자라는 점을 뜻한다. 당국은 재검사까지 진행해 L씨의 메르스 감염을 확인했다.

하지만 L씨는 5월 31일부터 상황보고서 환자명단에서 이름이 빠진다. L씨에 이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35세 남성 환자가 14번째 환자가 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수십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슈퍼전파자다. 14번 환자는 전날까지만 해도 15번 환자였다.

L씨는 대신 ‘전문가 자문필요 의심환자: 의료기관 관련 감염’이라는 설명과 함께 보고서(6월3일)에 별도로 이름이 적힌다. 당시 환자가 30명까지 늘었지만 L씨는 여전히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L씨가 42번째 환자로 이름을 올린 건 6월 6일이다. 이날 보도자료는 ‘기존 확진자와 동일 병동에 있었던 환자’로만 L씨를 설명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메르스에 감염된 것인지 다른 감염병인지 역학조사 담당 사이에 논란이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검사를 하고 보고서에 ‘의료기관 감염’을 명시한 것으로 볼 때 L씨를 공개하지 않은 건 3차 감염 사실을 감추려는 고의적 은폐로 볼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가 2차 감염에서 멈출 수도 있으므로 예외적 사례 1건 정도는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접촉자 절반 이상 연락 못해

일일상황보고서는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던 감염 의심자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졌는지도 보여준다. 6월 4일 보고서를 보면 접촉자 전수조사 결과 2320명 중 58.4%인 1355명이 ‘연락처 없음’(603명)이거나 ‘연락불응’(752명)으로 적혀 있다. 6월 24일 보고서의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모니터링 결과도 170·173번 환자와 접촉한 1062명 가운데 379명(35.7%)은 부재중이거나 거부 등의 이유로 상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보다 지역사회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이 국내에 유입됐을 때 이런 식의 모니터링 시스템은 무용지물임을 시사한다.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접촉한 사람들의 명단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도 보고서에서 재확인됐다. 당국은 5월 30일 14번 환자가 메르스 양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삼성서울병원에서의 접촉자 파악을 시작했다. 하지만 30일과 31일 보고서에는 모두 ‘내일 중 명단 확보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 보건 당국은 6월 1일이 돼서야 117명의 밀접접촉자 명단을 확인했으나 충분치 않은 것이었다. 관련 접촉자는 6월 7일이 돼서야 1057명으로 증가했다.

보건 당국은 메르스 환자가 늘자 음압병실에 2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것도 검토했다. 장옥주 차관은 6월 11일 민간 홍보전문가와 대국민 메시지 전략을 위한 위기관리자문회의를 가졌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월 5일 오전 10시 평택시청에서 평택성모병원 관련 브리핑을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날 밤 박원순 서울시장의 35번 환자 관련 긴급 브리핑을 계기로 계획이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평택성모병원 이름을 공개했다.
<기사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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