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5일 목요일

'캐시리스(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오해와 진실 4가지

덴마크 중앙은행은 내년부터 지폐·동전 발행 안한다는데…중앙은행 위상 약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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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와 모바일결제 등이 화폐를 대체하는 '무(無)현금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내년부터 지폐와 동전을 아예 발행하지 않기로 하는 등 세계 중앙은행들은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화폐수요가 줄면서 화폐제조 비용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11년 1867억4000만원에 달하던 것이 2012년 1368억9000만원, 2013년 1319억9000만원, 지난해 1286억6000만원으로 줄었다. 이같은 상황을 한국은행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현금없는 사회'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4가지를 정리해봤다.


◆ 화폐 발행 안 하면 통화정책 약해지나?

덴마크 중앙은행은 내년부터 지폐와 동전을 발행하지 않고 외주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스웨덴도 버스요금의 현금결제를 중단하기로 했다. 유럽여러 나라들이 종이화폐를 쓰지 않고 화폐를 전자'숫자'로만 거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현금이 줄더라도 이것이 중앙은행의 존재감이나 통화정책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한은 관계자는 "덴마크는 나라 자체가 크지 않아 화폐발행 업무를 외주에 줘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이고, 그외에 유럽국가들의 경우 통화정책을 유럽중앙은행(ECB)이 집행하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약하다"고 언급했다.

현금사용이 줄어든다고 해도 '지급준비금'을 관리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위축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현금을 아예 쓰지 않고 '숫자'로만 거래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은행들은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을 넣어둬야 한다. 지급준비금은 은행들의 예금인출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비율을 중앙은행에 맡기도록 강제한 돈이다. 예컨대 A은행이 1000만원의 예금을 받으면 115만원(한국 지급준비율 11.5%)의 지급 준비금을 중앙은행에 예금해야 한다. 예금자보호 차원에서 지금준비제도를 운용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중앙은행은 여전히 중요한 존재감을 갖는다.

◆ 중앙은행의 시뇨리지(화폐주조차익)가 감소한다?

현금 발행이 줄면 중앙은행의 시뇨리지가 감소해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뇨리지란 화폐주조차익이다. 장당 제조원가가 200원인 5만원권 지폐를 인쇄하면 5만원의 가치가 생긴다. 4만9800원의 차액이 중앙은행 수익, 즉 시뇨리지다. 한은이 시뇨리지로 얻는 수익은 처음 시중에 푸는 '본원통화'로 발생하는데 본원 통화에는 종이로 찍어내는 종이화폐만 있는 게 아니다. 은행들이 한은 계좌에 적립해두는 지급 준비금도 있다. 이 돈은 중앙은행의 재무제표에서 자산에 속한다. 한은이 금융중개 지원대출 등을 통해 은행에 빌려주는 돈도 시뇨리지가 된다.

◆ 가상화폐가 주도하는 시대 열리나?

중앙은행이 독점적으로 발권하는 현금이 없어지면 가상화폐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가상화폐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이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화폐교환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제약이 많아 각국마다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박이락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디지털 재화 자체가 각국 중앙은행 결제의 주된 이슈이긴 하지만 나라마다 사용범위에 대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 예로 중국에선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니다'고 정의하고 사용을 금지했다. 

◆ 현금없는 사회 좋기만 할까

나아가 지급수단의 사회적 비용과 현금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고려하면 현금이 전자적 지급수단에 의해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금은 청산, 결제를 위한 별도의 인프라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전자적 지급수단에 비해 지급거래의 사회적 비용이 저렴하다. 또 전자적 지급수단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 거래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온전히 보호되기를 바라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해킹이나 보안사고를 우려해 여전히 현금만을 선호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현금 자체가 아예 사라지는 상황이 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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