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5일 일요일

대답 없는 수입차, 속터져 죽는 한국 호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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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왼쪽)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이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일반 증인으로 출석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수정 기자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무리 물어봐도 답변이 들려오질 않는다. 가타부타 뭐라 답이 있어야 하지만 답답하기만 하다. 이는 국내 수입차 오너들이 자신의 차량에 문제가 생겼을 때 느끼는 한결같은 답답함이다.

지난 9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발생한 후 벌써 2개월이 지났지만 늑장 대응으로 고객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사건이 발생한지 20일이 지나서야 국내 소비자들에게 뒤늦게 사과를 하고, 리콜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리콜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진 “기다려 달라”는 말뿐이다.

반면 국내와는 달리 미국 폭스바겐측은 소비자들에게 1000달러(약 116만원) 규모의 현금과 리콜 등의 보상을 제공키로 하는 등 구체적인 협의안을 제출했다.

이에 배신감과 답답함을 느낀 국내 소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으로 눈길을 돌렸다. 지난 9일까지 '폭스바겐 및 아우디 차량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사기로 인한 매매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 반환청구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1536여명, 소송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인원은 600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미국에서 생산된 문제의 차량을 산 소비자들은 미국으로 넘어가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코리아측은 환경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구체적인 보상안이 나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과 국내 소비자에 대한 대응자체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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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선 변호사가 폭스바겐·아우디 배출가스 조작 소송 진행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 외국과는 다른 국내 수입차업계, “응답이 없다”

이는 비단 폭스바겐뿐만이 아니다.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업체들은 유독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미온적인 대응을 취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AS 문제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9월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판매점 앞에서 한 남성이 골프채 등으로 차량을 손상시키는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수입차 오너들의 불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고가 수입차를 구입했지만 차를 팔 때와는 너무 다른 서비스 대응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B사에서 차량을 구입한 A씨는 차량을 인도받아 나오는 도중 시동이 꺼져 환불을 요구했지만 갖가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차량을 판매했던 딜러는 처음에는 환불을 해줄 것처럼 말을 했지만 어느 순간 말을 바꿨고, 차량 불만고객팀장 B씨는 차량을 잠시라도 사용을 했으니까 환불이 안 된다는 주장을 펴며 몇 달째 고객과 고성이 오가는 싸움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수입차 N사 브랜드를 구입한 한 고객은 차량을 출고한 후 2주만에 계기판의 모든 센서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문제가 발생해 차량을 AS센터에 입고 시켰지만 두 달이 넘도록 차를 받지 못했던 일도 있었다.

이처럼 수입차 업체들의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최근 발표된 한국소비자원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품질보증 기간이 지나지 않은 자동차 관련 피해구제 신청 사건은 2012년 1023건에서 2013년 837건으로 감소했다가 2014년 998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426건이 들어와 2012년 이후 3284건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구제 신청 사유로는 수리용 부품이 없는 등 애프터서비스와 품질 관련 불만이 80% 가까이 차지했다. 또 계약 불이행을 비롯한 계약과 관련한 피해와 부당행위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이외에도 수입차업체들의 횡포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리콜증가에 못 따르는 시정률을 보이는 것만 봐도 심각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교통안전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년간 수입차 리콜 조치는 144회 있었으며 대상 차량은 총 13만6633대였다. 2013년에는 수입차 리콜 조치가 74건, 대상 차량은 총 5만5853대였다. 리콜 조치 건수는 지난해가 전년보다 1.9배, 차량수는 2.4배로 늘었다.

수입차 등록대수도 120만대를 넘기면서 리콜 규모도 함께 늘었다. 문제는 수입차의 리콜 시정률이 줄었다는 점이다. 2013년 85.8%였던 수입차 리콜 시정률은 지난해에는 63.2%에 머물렀다. 1년 만에 22.6%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국산차와의 차이도 컸다. 같은 기간 국산차 리콜 시정률도 89.1%에서 85.1%로 줄었으나 수입차 리콜 시정률에 비하면 21.9%포인트나 높았다.

이러한 수입차업체들의 미온적 AS 대응은 국내 소비자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 컨슈머인사이트가 최근 발표한 ‘2015 자동차 연례 기획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입차에 대한 가장 큰 불만족 사항으로 응답자의 10%가 'AS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AS에 대한 불신'은 지난 2013년 4%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10%까지 뛰어올라 소비자들이 수입차 메이커들의 AS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2년에는 2%에 불과했다.
<기사 출처 : 머니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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