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털어 차린 고깃집, 2년만에 폐업한 가맹점주의 눈물…가맹본부 검증안하고 사업 뛰어들었다가 손해]
경기 남양주시에서 165㎡(50평) 남짓한 삼겹살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던 김진만씨(51·가명)는 지난달 가게를 접었다. 김씨가 프랜차이즈 외식업에 뛰어든 건 2년 전이다. 20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한 후 친구와 우연히 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사업설명회를 방문한 것이 악연의 시작이었다.
매장 임대보증금과 인테리어비, 초기 시설비, 프랜차이즈 가맹비 등으로 2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퇴직금에 그동안 모았던 적금까지 깼지만 자금이 부족해 5000만원은 대출을 받았다.
식당을 열고 첫 1년은 그럭저럭 장사가 잘 됐다. 월평균 3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매장 임차료 200만원과 인건비 600만원, 식재료 1000만원, 대출이자·세금 등 기타비용 등을 제하고도 순수입이 매달 500만원 이상 됐다.
하지만 올 들어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김씨 식당 근처에 유사한 고깃집 프랜차이즈가 줄지어 들어선데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까지 겹쳐 외식 수요가 끊긴 것이다. 직원을 내보내고 부인이 매장에 나와 함께 일했지만 운영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월세가 밀릴 정도로 사정이 안 좋은데도 가맹본부는 나몰라라 했다.
김씨는 "가맹본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새로운 이자카야 프랜차이즈 홍보에 정신이 팔려 기존 삼겹살 점주 매출에는 관심조차 없었다"며 "특별한 음식솜씨나 기술이 없어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 가맹본부 역량을 확인하지 않고 고깃집을 선택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가게를 정리하고 김씨가 손에 쥔 돈은 초기 투자금의 절반도 안 되는 8000만원. 프랜차이즈 2년간 몸 고생, 마음 고생에 소중한 노후 자금까지 까먹은 셈이다.
골목상권을 형성하는 자영업자 600만명 시대. 기술과 경험 없는 초보 자영업자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하는 것이 외식 프랜차이즈 창업이다. 업종과 매장 위치 선정, 인테리어 등 창업에 필요한 일체의 업무를 본사가 도 맡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짝 인기를 끌다가 김씨 매장처럼 한순간에 몰락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부지기수다. 인기가 있다 싶으면 업체들이 유사한 브랜드를 잇따라 내놓는 만큼 찜닭, 불닭, 막걸리, 토스트, 빙수카페 처럼 언제 인기가 수그러들 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음식점을 창업해 3년 이상 존속하는 사업자 비율은 47.3%에 불과하다. 10명이 창업하면 절반은 3년 안에 문을 닫는 셈이다. 특히 최근 4∼5년새 가맹본부와 브랜드가 각각 70% 안팎 증가한 프랜차이즈 시장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신건철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4000개가 넘고 글로벌 진출을 꿈꿀 정도로 외형적으로 급성장한 프랜차이즈 업체도 많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생계형 사업자 비중이 절대다수인 영세산업"이라며 "가맹본부 정보공개 항목을 보다 세밀하게 분류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 가맹점주 지원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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