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7일 월요일

한번만 더, 한번만 더…자꾸만 빠져든다

최근 유명 프로야구 선수, 중견 기업인에 이르기까지 마카오 등에서 수억원대 원정 도박을 벌인 의혹을 받으면서 도박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인구의 4% 가량에 해당하는 약 200만 여명이 도박중독 경험자로 추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세 이상 10명 중 8명 꼴로 평생에 걸쳐 복권, 경마 등 사행 활동을 한 번 이상 해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사회 차원의 적극적인 도박중독 예방 활동은 물론, 중독자로 의심될 경우 조기 발견·치료·재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불법 '해외 원정도박'의 덩치가 커지고 있다. 일반 관광객은 물론 최근 기업 대표가 해외에서 100억 원대 도박을 했다가 구속되고 프로야구 선수들까지 발을 담갔다가 적발돼 선수생활에 치명타를 입었다. 해외 원정도박이 늘면서 조직폭력배들은 해외에서 직접 도박장을 개설해 내국인들을 유인, 폭리를 취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자금줄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국내 카지노보다 베팅 금액이 크고 외상이 가능한 점 때문에 '도박을 하려는 자'와 '이들을 꼬드기려는 브로커'의 공생 관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다. 그렇다면 '도박=패가망신'이라는 함정을 잘 알면서도 왜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도박=패가망신' 왜 그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나?

한국인 김모(24)씨는 "(바카라 게임에서) 홍콩 돈으로 200달러(약 3만원) 잃다 보니 본전 생각에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며 자꾸 빠져들게 됐고 계속해 돈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부 얼마나 잃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중국인 황모(21)씨는 "처음에 게임을 했을 때는 정말 재미있었고 즐거웠다"면서도 "게임이 길어지면서 결국 (오락이 아닌) 도박으로 바뀌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카지노 게임장을 오는 관광객들은 많게는 100만원 남짓의 돈을 갖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실제 카지노 수입의 막대한 부분은 수억 원이 오가는 정킷방(현지 카지노에 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룸)에서 나온다"고 귀띔했다.

마카오에서 페리로 1시간 거리인 홍콩은 카지노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선상 카지노를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관광객 유치와 카지노가 크루즈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재미로 시작한 도박, 중독으로 이어져

한 승무원은 "스타 크루즈에는 두가지 종류의 배가 있는데, 하나는 관광 목적(3박 4일)이고 다른 하나는 카지노 목적(1박 2일)이라고 보면 된다"며 "1박 2일 일정의 배에 타는 사람은 대부분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상 카지노는 (크루즈 안에서 이뤄지는 극장과 스파,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도) 그냥 심심할 때 즐기는 게임 또는 오락 개념"이라면서도 "일부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다"고 재미로 시작한 도박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부작용과 위험성을 지적했다.
마카오는 제주도의 60분의 1, 서울 종로구 크기의 작은 땅이다. 그러나 현재 무려 36개의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다. 실로 ‘카지노의 천국’이라 불릴만하다. 마카오가 작년 카지노 산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마카오 통화로 3515억 파타카(약 48조5000억원)다.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 규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보다 7배나 더 크다. 정부 수입의 80% 이상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 JP모건체이스가 세계 300개 도시를 대상으로 경제 성과를 비교 분석한 '글로벌 메트로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마카오는 세계 주요 도시권역에서 가장 훌륭한 성장·고용 실적을 거둔 곳으로 평가됐다. 2013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마카오 경제성장, 中 지원 바탕으로 카지노산업 집중 육성한 덕분

마카오의 1인당 GDP는 약 9만 달러(약 1억원)다. 주권이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1999년과 비교하면 6배 가량 급성장했다. 마카오의 급격한 경제성장은 중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카지노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운 덕분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마카오는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40년간 유지하던 카지노 독점 체제를 2001년 폐지하고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 '세계 카지노 수도'의 지위를 확보했다. 경제 호황과 세계 최저 수준인 2% 미만의 낮은 실업률 덕에 정치·사회 체제도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주도하는 반(反)부패 개혁에 직격탄을 맞은 마카오는 카지노 시장을 외국 자본에 개방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수익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라스베이거스가 전시컨벤션과 숙박산업을 주력으로 변신하고 꾀하듯, 마카오도 최근 대형 복합리조트를 잇따라 개장하는 등 카지노에 편중된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최근 검찰이 해외 원정도박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마카오와 필리핀 등지의 롤링업자와 재력가들을 대거 검거하면서 강원랜드 VIP 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원랜드 VIP 고객 등에 따르면 강원랜드 VIP룸에 출입하던 고객 가운데 상당수가 마카오나 필리핀으로 원정도박을 나가는 경우가 많고 원정도박에는 강원랜드 사채업자들이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사채업자들은 강원랜드 VIP에 회원으로 등록해 불법 사채업을 하다가 재력이 든든한 VVIP회원들과 얼굴을 익힌 뒤 동남아 카지노로 빼돌리는 '가짜 회원'들이 에이전시로 활동하고 있다.

◆’강원랜드 VIP룸’ 주로 누가 출입하나

지난 10월 검찰에 검거된 J씨의 경우 10여년 전부터 강원랜드 VIP회원으로 등록, 사채업과 마카오 정켓방을 운영하면서 강원랜드 VVIP 고객을 마카오 원정도박에 끌어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J씨는 고객들에게 불법 환치기(외환거래법 위반)와 정켓방 운영, 사기도박 등을 통해 거액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J씨 주변에는 군산파와 김제파 등의 조직폭력배가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면서 마카오 등지의 원정도박을 알선하고 서울에서 받은 거액권 수표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돈세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VIP 고객 A씨는 "검찰에 도박장 개설과 외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J씨는 강원랜드 고객의 원정도박 실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10년 넘게 강원랜드 VIP룸에서 사채와 원정도박 알선 등을 한 가짜 VIP 회원이 최소 수십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 수사망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N씨와 O씨는 더 큰 조직과 자금력으로 지금도 강원랜드 VIP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을 통해 동남아 카지노로 빠져 나가는 돈이 최소 수천억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큰 손, 동남아 카지노로 쉽게 빠져 나가는 이유

이처럼 강원랜드 큰 손 고객들이 동남아 카지노로 쉽게 빠져 나가는 것은 베팅 상한선(3000만원)등 베팅조건과 출입일수(분기당 29일)규제, 고객서비스 등에서 마카오, 필리핀과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우선 마카오 등지의 동남아 카지노는 1회 베팅이 1억5000만원 이상도 가능하고 왕복 비행기 티켓과 특급호텔 서비스를 비롯, 각종 서비스가 강원랜드보다 훨씬 고객 위주로 제공되고 있다.
<기사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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