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5일 금요일

넘치는 달러…‘환율 1050원’ 무너질까

원화값 상승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까?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금융위기 이전 최저치 수준에 다다랐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출발해 오후 들어 연중 최저점(1월15일 1054.5원) 밑으로 떨어졌다. 외환당국은 즉각 구두개입에 나섰다. 최희남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과 유상대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공동 명의로 “정부와 한은은 최근 달러-원 환율의 일방적인 하락 움직임이 다소 과도하다고 생각하며, 시장 내 쏠림현상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용은 물론 형식에서도 매우 강도높은 수위의 구두개입이다. 당국의 개입 이후 환율은 급반전해 전날보다 5.2원 반등한 1061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055.8원으로 연중 최저치까지 근접했다. 지난 6월24일 연중 최고치(1161원)와 비교하면 넉달 만에 9.1%, 106.3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008년 9월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50원대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원화값 상승의 주된 요인은,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이 우선 꼽힌다. 경상수지는 올해 1월~8월까지 흑자 누적액이 422억7700만 달러로, 지난해 2월 이후 1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중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24일까지 40거래일 연속 최장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면서 달러 공급줄 구실을 하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는 1998년 1월20일부터 3월3일까지 34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지연되면서 ‘약 달러’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중앙은행의 달러 공급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우량 신흥국인 한국으로의 달러 자금 유입 역시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뿐 아니라 예산안과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또한 달러화 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화는 원화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통화에 견줘 약세다.
문정희 케이비(KB)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주요국 통화의 달러화 대비 절상률을 보면 브라질 헤알화가 약 9%, 호주 달러와 인도 루피화, 러시아 루블화 등도 4% 이상 평가절상됐다”며 “한국이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 비해 재정건전성과 경상수지 등 기초체력이 튼실해 투자 선호도가 높은 게 원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원화가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케이티비(KTB)투자증권의 채현기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기조는 적어도 올해엔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하지만 1050원대 진입 이후에는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심리 등 때문에 속도조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1060선에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정희 케이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강세로 전환될 수 있는 여건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해 안전자산으로 달러 선호현상이 나타나거나, 미국의 실물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경우 정도”라고 말했다. 당분간 달러 약세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원-달러 환율은 리먼 사태 이후 저점인 1050원대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경상수지 적자 여파가 국내에 전염되지 않는 한 원화 평가절상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이미‘고평가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9월 기준 원-달러 환율은 장기균형 수준의 환율보다 4.6~9.5% 고평가 된 상태라고 밝혔다. 실질실효환율이란 교역 가중치와 물가를 감안해 산출한 것으로 특정 통화의 실질적인 대외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김민정 연구위원은 “원화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지만, 향후 변동폭이 크게 확대되며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사 출처: 한겨레>

댓글 없음:

댓글 쓰기